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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 이정모 감수 / 소소의책 / 2019년 4월
평점 :

큐레이터(curator)
[명사] <미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재정 확보, 유물 관리, 자료 전시, 홍보 활동 따위를 하는 사람.
아이가 어렸을 때 박물관에 가면 가끔 만나게 되던 이들이 큐레이터다. 전시에 관련된 유익한 정보들을 재미나게 설명해주어 전시를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정작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무슨 일들을 하는지는 정확히는 몰랐었다. 그저 어렴풋하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직원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 흐릿했던 큐레이터에 관한 지식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는 책을 만나본다. 현직 큐레이터 랜스 그란데가 쓴 <큐레이터>이다.
저자 랜스 그란데는 대학 시절 친구가 선물한 5200만 년 된 어류 화석에 매료되어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 자연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 전공을 경영학에서 지질학과 동물학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열정으로 40년간 와이오밍 주의 사막지대에서 현장 발굴 작업을 해오면서 시카고 필드 자연사박물관에서 석좌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연구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큐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큐레이터가 된 후 겪었던 다양한 경험이 생소해서 더 흥미로운 많은 과학 이야기와 함께 담겨있어서 정말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저자의 흥미진진한 경험담이 지루할 틈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거기에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화석과 발굴 장면들을 담은 많은 사진들을 싣고 있어서 마치 박물관 체험 행사에 참여한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신나게 읽을 수 있었다.
고고학자가 되어 공룡 화석을 직접 발굴하는 것이 꿈인 중학생 아들 덕분에 선택하게 된 책이지만 내가 더 신이 나서 읽은 듯하다. 아마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저자를 비롯한 큐레이터들의 열정이 나를 더욱 신나게 만든 것 같다. 이 책에는 큐레이터에 관한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과학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 등 전반적인 과학계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있다.

아들은 책을 잡은 순간 6장부터 읽었다, ‘수’라는 이름의 공룡. 쥬라기 공원의 실제 모델 티렉스 ‘수’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법정 다툼에 연루되었던 티렉스 ‘수’가 저자의 품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8장 K-P슈미트와 위험한 양서파충류학에서 알게 된 큐레이터 칼 패터슨 슈미트의 무모하리만큼 열정적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과학적인 연구를 완성하는 열정적인, 헌신적인 모습에 경건한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외에도 식인 사자에서 미라까지 흥미롭고 재미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우리 인류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현재를 생각하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곳인 듯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열정적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발굴과 연구를 통해서 우리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큐레이터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그들의 영화 같은 삶을 담아내고 있어서 한편의 훌륭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듯한 감동을 선물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