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부윤아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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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생각한다. 여행뿐만 아니라 세상은 '자, 서둘러''천천히 가자'가 이러니저러니 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그 중간도 있다는 것을.

 

2016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첫 번째 에세이 모음집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를 만나 보았다. 저자 오기와라 히로시와는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그때 몇 편의 작품으로 만나보았던 오기와라 히로시는 진지했다. 가족이라는 의미를 찾기위해 신중하고 깊은 사유를 작품들에 담고 있었다. 그런 작가의 에세이 모음집이니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한 삶의 향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열었다. 그리고는「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에서 만났었던 작가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색다른 작가의 모습을 만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전히 글은 따뜻했지만「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서 볼 수 없었던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P.23. 하지만 애써 가시밭길에 도전하는 것이 사나이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어차피 키울 바에는 큰 쪽이 이득이라는 쩨쩨한 근성 때문이다.

 

여러 곳에 연재하고 투고했던 글들을 모아서 만든 에세이집이라서 담고있는 주제도 다양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변화무쌍하다. 고교야구 이야기에서 저자가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폭 넓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주제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작가의 10년 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Part 1 가을, 겨울편)와 4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Part 2 봄,여름편)은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두 이야기의 시간차는 거의 10년이다. 1부는 2008년 가을에, 4부는 2017년 봄에 쓴 것이다. 10년 전후의 작가의 필력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고있다. 지극히 작은 농장의 규모를 알게 되는 순간 이 책이 가진 재미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2부 지극히 좁은 여행 노트는 2013년 신간센 차내 잡지 「트레인베르」에 연재했던 이야기들을 모은 것으로 1부 이야기 색깔하고는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1부 농장 일기의 유쾌함은 2부 여행일기에서 여행이 주는 기쁨으로 특히 기차 여행이 주는 행복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3부 지극히 사적인 일상 스케치에서는 작가의 깊이있는 사유들을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 권의 책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을 까 싶을 정도로 소제도, 주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때로는 포복절도할 정도의 강한 웃음을, 때로는 기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는 조용한 시간을 선물해주는 책이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10년간의 변화를 그의 생각이 담긴 에세이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즐거움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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