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 - 시대를 이끈 한 구절의 지성
허연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한 문장을 가슴으로 외우는 누군가가 있는 한 인류는 악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이자 신문기자인 저자 허연 이 매일경제신문에 연재 중인 칼럼 「허연의 책과 지성」을 모아서 만든 두 번째 책 <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를 만나 보았다.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전 '저자의 말'을 통해서 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예제도나 마녀사냥 등의 만행이 사라진 것은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어 '문맹'이 줄어든대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세상의 변화에 글이, 책이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전 세계의, 전 시대를 아우르는 지성인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말이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그 만남은 짧은  '한 문장'이 주를 이루어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이 주는 여운은 너무나도 길고 깊게 남는다. 정말 너무나 좋은 글과 말들이 넘쳐 서평에 어떤 문장을 실어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하긴 당대를 대표하던 지성들의 깊은 사유가 만들어낸 말과 글이니 내게는 모두가 금과옥조 같았다. 그 금과옥조를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고 담백한 글로 보여주고 있어서 더 좋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의 내용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 새기고 싶은 부분은 3부 저항의 미학에 대하여에 담긴 이야기들이다. 잘못된 신분제도나 종교차별 같은 사회 제도나 전쟁에 맞섰던 행동하는 지성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그들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우리 세상을 조금 더 평화롭게 변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침묵하는, 때로는 변질되어가는 지성인들을 보는 데 지쳐서 이 부분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P.58. "꿈꾸어야 한다. 꿈꾸지 못하는 자여! 가엾은 자여, 그대는 결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P.81. "암무는 키스의 투명함에 놀랐다. 유리처럼 맑은 키스였다. 열정이나 욕망에 흐려지지 않는, 돌려받기를 요구하지 않는 키스였다."

 - 아룬다티 로이

 

P.88. "하나님,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변화시키는 용기를, 그리고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라인홀드 니부어

 

생각하는 지성보다는 행동하는 지성이 더 필요한 세상 같다. 그리고 독선적인 선택보다는 배려를 바탕에 둔 조화가 더 필요한 요즘인 듯하다. 이 책에 실린 깊이 있는 '한 문장'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각자의 삶의 지향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동서고금에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지성들의 삶도 만나보고 그들이 만들어낸 변화의 물결도 알 수 있었던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책도 우리 사회의 변화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할 깊이 있는 책인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