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1

잠중록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온 가족을 독살한 살인마가 촉을 떠나 장안에 숨어든다. 이 책 저자의 필명 처처칭한처럼 스산한 비 오는 장안에 아무도 모르게 스며든다. 자신의 가족을 독살한 잔인한 살인마는 17세의 황재하라는 여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많은 사건들을 해결한 천재적인 사건 해결 능력을 가진 인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쓴 체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누명을 벗고 촉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원한을 풀기 위해 장안으로 숨어든 것이다.

시작부터 스릴 넘치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황재하가 기왕 이시백과 만나면서 또 다른 긴장감 속으로 들어간다. 황제의 동생 이시백과의 우연한 만남은 얼마 전 방영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 기왕의 측근 환관이 된 황제하의 모습은 더욱더 그 드라마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황재하는 수동적인 약한 여인의 모습보다는 적극적인 뛰어난 수사관의 모습이다. 마치 셜록 홈스처럼 사건의 중심을 꿰뚫어본다. 물론 이시백의 도움도 한몫하지만 '비녀'를 손에 든 황재하의 모습은 너무나 멋지게 그려진다. 그런 멋지고 능력 있는 황재하에게 누명을 씌운 진범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고른듯한데 진범의 반격도 기대된다.

멋진 황재하의 곁을 지켜주는 기왕 이시백은 언제까지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 그 둘의 사랑은 이어질 수 있을까? 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둘은 어쩌면 적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문득 든다. 숨겨진 진실 속에 둘의 사랑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야기의 시작 1권을 만났는데 벌써 4권을 만나보고 싶다. 2권과 3권의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을 맛본 후에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빨리 4권의 결말을 알고 싶다. 천재 황재하와 기왕 이시백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어 본다.

사건의 해결을 바라보는 재미도 상당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사연들을 듣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흥미로운 사연들을 듣고 있다 보면 앞으로 다가올 사건들이 얼마나 더 흥미로울지 설렌다. 신분의 벽이 있어 더욱 애틋한 로맨스와 기발한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작가의 균형감이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욱 흥미로운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본다. 황재하의 천재적인 능력과 기왕 이서백의 놀라운 집중력과 기억력을 중국 웹소설 베스트셀러 1위 <잠중록>을 통해서 계속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