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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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들을 싫어하고 배척하기까지 한다. 인종 문제가 그렇고 젠더 문제도 그렇다. 사회적으로 동성애가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물론 아직도 그들의 사랑은 종교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가장 자유롭게 그리고 먼저 다룰 수 있는 분야가 예술 분야인듯하다. 그래도 동성애를 다룬 이 책 <레스>의 저자 앤드루 숀 그리어의 용기는 대단한 것 같다. 작가의 깊이 있는 위트를 통해서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서 레스를 만나본다.

 

이제 곧 50세가 되는 게이 아서 레스는 작가다. 직업부터 자유로운 레스의 영혼은 자유롭다 못해 너무나 순수하다. 아직도 순수했던 20대의 사랑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다가온 이별을 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세계여행을. 물론 호화로운 여행은 아니지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무척이나 부럽다. 그리고 50대에 파란색 정장을 입을 수 있는 용기도 부러웠다. 주인공 레스가 보여주는 용기는 자신의 어린 애인 프레디의 청첩장에서 기인하였기에 그 진정성에는 의문이 남기는 한다.

 

레스는 뉴욕에서 유명 작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파리, 모로코 사막 횡단 여행, 인도 그리고 일본의 요리 탐방까지 긴 세계여행을 감행한다. 그리고 50세 생일을 모로코에서 맞이한다. 여행하면서 지난 사랑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처음 여행의 시작은 충동에 의한 것이었지만 돌아오는 레스는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레스를 따라나섰던 우리도 덩달아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랑과 인생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다.

 

P.215. 중요한 건 그들이 삶의 모든 것을 겪고도, 굴욕과 실망과 상심과 놓쳐버린 기회, 형편없는 아빠와 형편없는 직업과 형편없는 섹스와 형편없는 마약, 인생의 모든 여행과 실수와 실족을 겪고도 살아남아 쉰 살이 되었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문장이 재미난 책은 처음이다. 왜 이렇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복이 많아서 지루할 듯한데 마치 라임처럼 느껴져서 문장이 주는 느낌이 흥미롭다. 9년간 만났었던 남자친구의 청첩장을 받았을 때의 여자와 남자가 반응이 다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동성 간의 사랑도 이성 간의 사랑과 같을 것이다. 그런 사랑이 그리고 이별이 그려진 작품이다.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성과 이별한 게이 이전에 50년이라는 삶을 살아온 한 남자의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그래도 아직 살고 있다는 것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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