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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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1. 실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직접 해봐야 아는거야. 머리로만 생각해 결론을 내버리는 녀석은 결국 그 정도의 인간 밖에 될 수 없어. 나는 살아 있는 한 계속 도전하겠어.

 

P.455. 하지만 꽃구경하던 때를 생각해봐. 전국에 벚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그걸 바라보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는지. 그런데도 꽃이 지면 다들 무시하지.색이 칙칙하다느니 어쩌니 하는 건 그래도 좀 나은 편이야. 대부분은 단풍이 드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제4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을 한 작가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다. 우타노 쇼고는 2010년에는 <밀실살인게임 2.0>으로 제10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받아 사상 최초로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두 번 받는 영예를 안았다. 정말 대단한 작가인 듯한데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이번에 읽은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처음이다. 처음 접한 작가인데 벌써 그의 작품들을 검색하고 있다. 그와의 다음 만남은 그리 멀지 않을 듯하다.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그동안 읽었었던 감성 넘치는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았다.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두 작품 모두 아름다운 벚꽃이 표지를 수놓은 감성적인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런 작품들보다 더 아름답고 감성적인 표지를 가진 작품의 첫 만남은 그리 감성적이지만은 아니 전혀 감성적이지 않았다. '원조교제'를 즐기는 주인공 나루세 마사토라가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성관계를 위해 여자를 만나는 '나'는 같은 고등학교 7년 후배 기요시에게 성인용 비디오도 대신 빌려준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에게 음란물을 빌려주는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주인공 앞에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다.

 

사쿠라. 그녀와의 만남은 정말 극적이다. 그래서 이제 감성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겠구나 싶은 순간 이야기는 헬스장을 함께 다니는 후배 기요시의 짝사랑 아이코가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도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마구 풀어놓는다. 주인공 마사토라는 저가 의료기기 등을 고가에 팔고는 사채까지 쓰게 하는 호라이클럽의 보험 사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탐정사무실에서 1년여 일했었던 기억을 들려준다. 야쿠자의 말단 직원으로 잠입해서 살인 사건을 조사하며 만났었던 여인 에바타를 사랑하게 된 주인공.

 

마사토라. 잠이 들면 꿈속에서 땅을 파는 남자를 자꾸 만나는 주인공은 경비와 컴퓨터 강사로 일하면서 아이코의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호라이클럽을 적극적으로 조사한다. 그리고 그 조사를 통해서 조금씩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그런데 주인공이 진실에 접근해가는 동안 우리는 이 작품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진실을 접했을 때의 당혹감은 작품의 첫 문장 (P.9. 사정한 뒤에는 꼼짝도 하기 싫다.)이 주었던 당혹감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크다. 왜 이 작품이 사회문제를 담은 미스터리인지, 왜 그렇게 많은 미스터리 상들을 휩쓸었는지 또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 왜 이 작품이 시작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두 번 읽게 된다. 왜 그런지는 이 작품을 만나보면 알 수 있다. 당연하게 두 번째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은 첫 만남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준다. 처음 볼 때 별 의미 없이 읽었었던 문장이 두 번째 읽을 때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선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바뀌어 버린 결말은 반전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듯하다. 정말 놀라운 작품을 만나보았다. 올해는 벚꽃이 아니라 벚나무의 단풍을 기다려볼까 한다. 벚꽃보다 아름다운 벚나무의 단풍을 꼭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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