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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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7. 나는 발견했다. 사람은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되면 그 존재를 통해서만 세상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P.382. "꾸준한 갱신이 필요해. 신뢰든 우정이든, 애정이든."

         "우리를 맺어주고 있는 건 바로 그 정직함이에요."

 

P.395. 그렇다면 제대로 된 남자란 어떤 남자일까. 제대로 사랑받는다는 건 어떤 거지?

 

P.397. 사랑은 아닌 그 무언가가 사랑보다 못하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으랴.

 

P.411.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온 세상이 반대해도 자신들이 옳다는 걸 알아버린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나오키상을 비롯해서 다수의 일본 문학상을 수상한 에쿠니 가오리<별사탕 내리는 밤>을 만나보았다. 작가의 작품중에서 최근에 만나본 것이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였다. 각기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에 자리를 찾아가는 세 자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편소설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상적인 사랑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세 자매의 사랑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새로운 장편소설<별사탕 내리는 밤>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서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 속으로 들어가본다.

 

별사탕이 내리는 밤은 얼마나 달콤하고 아름다운 밤일까? 그런 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일까?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별사탕처럼 빛나던 순순함을 가졌었던 자매가 순순함과는 거리가 멀어진 조금은 색다른 삶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선택의 결과는 자매를 그녀들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게 만든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선택 이전에 자매에게는 오래전 서로 약속한 것이 있었다. 서로의 연인을 공유한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약속이지만 이 약속은 이 이야기 전반에 걸쳐 깊은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고있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미친 약속이 있다. 아내와 아이를 포기하고 한 여인과의 사랑을 선택하겠다는 사와코다부치의 약속. 미혼모의 삶을 선택하고 일본인 도와코가 아닌 미카엘라로 살고있는 사와코의 동생 도와코의 사랑은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딸 아젤란에게 향하고 있는 듯했지만 아직도 엉뚱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 여기 또 다른 비정상적인 삶을 사는 이가 등장한다. 사와코와 결혼해서 살면서 수 많은 애인을 둔 다쓰야. 이 남자가 정말 비정상인 것은 자신이 애인들과 보내는 시간을 부인인 사와코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삶을 충분히 살 수 있었던 미카엘라의 딸 아젤란의 사랑 또한 '미친'사랑이다라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바르게 접하는 방법은 아마도 도덕은 내려놓고 상식은 던져버리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인듯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남녀간 사랑의 유효기간의 짧음을 알고 있었는지 결혼을 극단적으로 부정하고 죽을때까지 독신으로 살면서 많은 작품에 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고한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랑을 상식으로 알고 있던 우리들에게 참지말고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기적인 사랑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잇는 것같다. 사와코가 조카 아젤란에게 "탐나면 빼앗으렴. 미카엘라도 실은 그런 마음일 꺼야."(P.416)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정답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 또 어떤이들은 머리 속에 있을 것이다. 사랑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그렇기에 사랑을 다루고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별사탕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별처럼 빛나는 개성있는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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