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401 "고통이나 아픔이라는 건...자신이 어느 정도 행복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자네는 ...여기가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낀적이 있는가?"

       "대관절 행복이란 뭐지? 지금도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 그게 내게는 전부다. 사사건건 고통을 느껴야 한다면 딱히 행복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P.242 무로이를 알고 지낸 지 몇 년 먼에 땅바닥에 납죽 엎드렸던 비참한 유충이 화려한 나비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에도가와 란포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장편소설을 만나보았다. 일본 아마존과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작가 야쿠마루 가쿠는 주로 사회구조적 범죄를 통해 현대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한 축이라고 한다. 그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신의 아이> 1권을 만나본다.

 

이야기는 한 소년이 소년원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소년은 호적 없이 18년을 살았다. 그리고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오면서 호적 즉 자신의 이름 '마치다 히로시'를 갖게 된다.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의 어둠 속에서 자란 마치다에게는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 미노루가 있다. 측정불가라는 놀라운 지능을 가진 마치다의 유일한 친구 미노루는 마치다 만큼이나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란 소년이다. 호적이 없던 시절 미노루의 호적을 사용하며 미숙한 미노루와 함께 생활한다. 하지만 두 소년은 마치다의 수감과 함께 헤어지게 된다.

 

마치다P.71 "소년원에서의 목표라..." "머리 나쁜 인간은 상대하지 않는 거다." 라 소년원에서의 목표를 밝힌다. 그렇게 시작된 순탄치 않은 소년원 생활은 미노루와 비슷한 체형의 지적장애를 가진 아마미야를 만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마미야의 슬픈 사연을 해결해줄 목적으로 이소가이와 함께 탈주를 도모한다. 두뇌는 엄청나게 뛰어나지만 사람에 대한 감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마치다가 왜 아마미야에게만은 약한 것일까? 미노루와의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이소가이, 마치다, 아마미야의 탈주극은 어떤 결말을 만들어낼까? 수많은 호기심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촘촘하게 이어지는 의문과 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책을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중요한 흐름을 책임지고 있는 의문의 사나이 무로이. 그는 P.99 "나는 행복한 인간을 불행하게 하기 위해, 불행한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뿐이다." 라며 불우한 처지에 처한 아이들을 모아 테스트를 거쳐서 자신의 조직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아이들에게 모두가 평등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범죄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무로이라는 인물도 궁금하지만 무로이가 만든 조직의 진짜 목적이 더 궁금했다. 그저 허울만 좋은 범죄조직인지 신흥 종교 집단인지 조직의 실체를 추리해보는 재미는 아마도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이 작품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는 교도관 나이토를 만날 때는 정말 편안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이 너무나 강하고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강렬해서 숨 가쁘게 넘기던 페이지를  나이토가 등장하면 편안하게 넘길 수 있었다. 아마도 나이토가 가진 인간적인 면이 편안함을 주는 듯하다. 마치다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마치다의 아픔을 치유해주겠다는 의지 P.123 "잊지 마십시오...사람은 바뀔 수 있습니다." 가 조직의 보스 무로이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였다.

 

탈주극을 벌인 이소가이, 마치다, 아마미야의 출소 후 행보는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지옥 같은 아픔을 겪은 여자친구에게 사과하기 위해 탈주했던 이소가이는 마치다를 원망하며 병원에 있고 마치다의 친구 미노루를 닮았던 아마미야는 노숙자가 되어 미노루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마치다는 작은 공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아마미야는 왜 미노루를 찾아 나선 것일까? 이소가이는 과감한 탈주를 가능하게 해준 마치다를 왜 원망하는 것일까? 너무나 흥미로운 답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속도를 높여준다.

 

그런데 마치다가 대학을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추리소설에 기업소설의 흥미진진함을 더 하게 된다. 욕심 많은 작가 덕분에 추리소설과 기업소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맛볼 수 있다. 괴짜 발명가 시게무라, 재벌가 장남 다메이, 천재 마치다, 아름다운 쇼코 가 모여서 시게무라의 발명품을 바탕으로 창업을 한다. 그리고 그 창업 과정은 역시 천재 마치다가 주도한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하지만 위아래 없이 아무한테나 반말을 해대는 마치다 같은 부류의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마치다도 그다지 친구를 원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천재 친구를 원한다면 마치다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신의 아이로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 2권을 손에 잡았다. <신의 아이> 1권을 만날 때는 꼭 2권을 옆에 두고 만나길 권한다. 그 까닭은 1권을 만나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