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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평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최근에 만난 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이다. 작가 루이스 캐럴이 이 소설 속에 숨겨놓았다는 수학 이야기를 알려주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루이스 캐럴이 당대의 뛰어난 수학자였으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 보았다. 이번에도
주인공 앨리스 없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났다. 그것도 얼마 전의 만남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충격적이고 놀라운 만남이었다. 그 놀라운 만남은
마리사 마이어의 장편소설
<하트리스>를
통해서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심장 없는 여왕' 하트의
여왕이 주인공인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하트 여왕이 어떻게 하트 나라의 여왕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재미난 이야기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프리퀄(유명 도서나 영화에 나온 내용에
대하여 그 이전 과거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즉 하트 여왕의 탄생을 다룬 이야기이다. 도대체 이런 흥미롭고 신선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가는
누구일까? 작가 마리사 마이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속 캐릭터들을 색다른 해석으로 새롭게 재탄생 시킨 SF 로맨스
판타지 <루나 크로니클>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가 만들어낸 '사랑'없는 여왕은
어떤 모습일까?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한 어린 소녀의 꿈 이야기에서부터이다. 소녀가 이루려는 꿈과 자면서 만난 꿈 이야기.
묘하게 얽힌 두 가지 이야기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더욱 신비롭고 재미나게 해주는 듯하다. 순수한 소녀 캐서린은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제빵사가
꿈이다. 결말을 알고 보는 속편인지라 캐서린이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꿈속에서 만난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두 개의 꿈 모두 깨버리는 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 아닐까? 순수했던 캐스가 "저자의 목을
쳐라."(P.607)라고 말할 만큼 무자비한 여왕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마법 같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작가는 하트
여왕의 이름을 수시로 바꾸어 부른다. 캐서린이라고 불렀다가
캐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품을 읽기 시작한 처음에는 '뭐야 이건 정신없게' 했다. 하지만 이야기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면서 작가의 의도를 어느정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신비한 환상적인 배경에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판타지 소설이니 독자들을 조금 정신없게 만드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히스테릭한 여왕을 만나려 하는 독자들에게 여왕과 비슷한 짜증을 맛보게 한 것인지도. 그런데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궁정 어릿광대 조커 제스트가 던진
"큰까마귀는 왜 책상하고
닮았을까?"(P.44.)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또 왜 그리 많은 것이지. 아마도 전편들과의 끈끈한
연계를 다양하게 이어가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니 답이 많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없게 그리고
짜증 나게 만드는 캐서린과 캐스를 반복해서 만나다 보면 어느새 캐서린은 우정을 잃은 하트 여왕이 되어있고, 캐스는 사랑을 잃은 하트 여왕이
되어있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벽돌책이지만 너무나 쉽게 깨진다. 재미와 흥미, 긴장감이 촘촘한 구성 속에 숨겨져있어서 순식간에 하트
여왕의 마지막 대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환상적이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재미나고 재미나지만 비극적인 묘한 매력을 가진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하트리스>를 만나지 않는다면, 심장을 잃은 여왕의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제버워크가 당신을 찾아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