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P.188. 어린 생명 앞에서는 누구나 고집 따위 부리지 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호텔
로열>로 제14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연작소설 <별이
총총>을 만나보았다. 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어
너무나 편하게 그리고 무척이나 흥미롭게 만날 수 있었다. 작품의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는 주인공 지하루와 그녀의 엄마와 딸까지 이어지는 삼대에
걸친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삶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이들 세 모녀를 둘러싼 이들의 삶까지 더해지면서 정말 커다란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대하드라마가 커다란 사건 중심으로 표현된다면 이 작품 <별이 총총>은 등장인물의 소소한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표현된 듯하다.
작은 심리 변화가 가져오는 커다란 삶의 변화를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빠른 템포로 들려주고 있어서 좋았다.
P.296.
일그러졌어도 너무 슬퍼도 인간은 살아간다.
나홀로
왈츠 제목부터 너무나
낭만적인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인공 지하루의 삶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중학생이 되도록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지하루의 삶이 낭만적일 리 만무하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지하루의 엄마 사키코의 낭만적인 사랑을 보여주며 감정 표현에 서투른 지하루의 심리적,
환경적 배경을 들려주고 있다. 미혼모가 될 수밖에 없었던 미혼모 사키코의 삶이 순탄할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낭만적인 성향은 그녀의 죽음을
담은 이야기 겨울
해바라기에서 그녀와 끝을
함께 하는 노토 준지를 통해서 완성되는 듯하다.
P.178.
우스꽝스러운 풍경 속에서 기리코 또한 스쳐간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다.
바닷가의
사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부모는 외아들 게이치의 의대 공부를 위해 자신들의 즐거운 삶을 포기하고 열심히 돈을 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위해 고등학생 지하루의
삶에 아무렇지 않게 끼어드는 엄마 이쿠코가 등장한다. 옆집 사는 친절한 아줌마가, 같은 여자이기도 한 아줌마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너무나 쉽게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아둔하다고 표현되는 지하루의 감정 없는 행동들이 걱정되었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트리콜로르 에는
지하루만큼이나 감정 표현에 서툰 남편 다카오가 등장하고 결국 그 둘은 이별하고 만다. 이것이 지하루의 두 번째 결혼이다. 그리고 둘의 이별로
방치되었던 어린 손녀 야야코는 야야코의 할머니 기리코가 키우게 된다. 엄마 사리카만큼이나 기구한 삶을 살게 된 아니 더욱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지하루와 엄마 지하루처럼 엄마 없이 자라게 될 야야코의 삶이 지하루의 삶과 닮게 될까? 이 답은 이 연작소설의 마지막 이야기
야야코에서 찾을 수
있다.
P.326.
어디에 있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키우지 않고 방황하는 미혼모 사키코, 자신의 아이를 두고 가출한 지하루, 그리고 그런 할머니와 엄마가 있는지도 모르고 자란 야야코의 삶이 묘하게
겹치면서 엄마로서의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비록 아이와 헤어져 살지만 가끔 연락하고 방학이면 만나는 사키코 하지만 지하루는 야야코를
떠난 뒤 아이를 찾지 않고 있다. 어쩌면 엄마로서의 삶보다는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삶을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의 변화도 볼 수 있다. 야야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아키히코의 엄마는 지하루를 대하는 게이치의 엄마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야야코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한다.
세 모녀의
이야기의 끝은 열려있다. 모녀 이전에 세 여성의 이야기의 결말 또한 열려있다. 그 열려있는 결말이 야야코에게는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라본다.
너무나 힘든 삶을 살다간 할머니 사키코나 사키코보다 더 힘든 삶을 마주한 엄마 지하루의 삶이 어두운 밤 하늘이 되어 별처럼 밝게 빛나는 야야코의
든든한 배경이 돼줄 것만 같다. 야야코의 삶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P.330.
변화나 사건은 장소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양이다. (사쿠라기 시노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