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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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그래, 상상 없는 지성은 날개 없는 새다. 날아라, 거침없이!

 

P.39.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면 그 결실까지도 반드시 맺고 싶은 것이다. 내 결정의 최고치를 반드시 갱신하고 싶은 것이다.

 

P.83. '승리는 모든 것이 아니다. 유일한 것이다.'

 

P.318.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P.398.희망이 막상 이뤄질 때는 왜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으신가요?

 

P.419. 삶은 큰 것만을 올려다보는 사람을 속이지만 작게 오므라들려는 사람의 등은 두드려주지요...

 

P.438. "희망은 말이야, 날개가 달려서 떠나간다. 하지만 있지, 어느 날 갑자기 힘차게 돌아오기도 하는 거야."

 

P.440. 운명을 사랑해라. 그리고 가능성을 시험해봐라. 나아간 만큼 너의 인생이 된다. 다시 일어난 만큼 너는 강해진다. 그러니 반드시 생각해라.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너는 더 멀리 날아가야 한다고.

열정이 차서 넘치는 작품을 만나보았다. 2006년 장편소설 <파라다이스 가든>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권기태 작가의 <중력>은 우주인이 되기 위한 극심한 경쟁속에서도 자신들이 가진 열정으로 온갖 테스트를 극복해나가는 도전자들을 마치 다큐멘터리같이 실감 나게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우주인이라는 꿈을 향한 주인공들의 엄청난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의 열정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사 년 동안의 집필 과정에서 서른다섯 번 개고 했다고 작가는'감사의 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열정을 가진 작가가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의 엄청난 열정을 담아낸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이 작품은 대단한 것 같다.

 

2006년 신문사 기자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작가는 한 탈락자의 모습에서 이 작품의 시작을 보았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서 그 시작을 들려주고 있다. 공군사관학교의 교관인 그는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송진처럼 굵고 뜨거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P.452) 작가는 최선을 다한 열정이 무너져버린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열정을 가진 이들이 함께 우주인 도전기를 만들어가며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P.451)라는 생각으로 열정을 불태우던 우주인 도전자들은 결국 이길 수 있는 기회와 자신의 가치관을 지킬 수 있는 기회 사이에서 많은 고뇌에 휩싸이게 된다. 도전자들은 1등을 해야지만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 1등 기회가, 우주 비행선에 탈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앞에 있다. 그렇다면 도전자들의 선택은 1등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었을까? 이야기를 읽는 내내 김태우가 얄밉고 싫었다. 이야기를 다 읽고는 이진우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또 김진아나 정우성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연구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살던 이진우는 회사에서의 갖은 눈치를 극복하고 우주인 선발에서 최후의 4인에 남아 러시아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힘겨운 사투 끝에 이진우와 함께 러시아로 떠나는 김태우, 김진아 그리고 정우성. 그들은 현실의 번잡한 중력들을 떨쳐내고 꿈이라는 무중력 세상으로 향한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또다시 중력이라는 무게에 짓눌리고 만다. 그 무게를 지탱하던 열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그리고 우주에서 지구를 볼 수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듯하다.  4인의 도전자 중에서 최후의 1인은 누구일까? 마치 도전을 함께하는 듯한 긴장감과 참가자들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열정만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그 열정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우정과 타인에 대한 배려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열정을 포기하고 대의를 생각하는 멋진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긋한 삶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인간의 가치는 '최초'라는 승리에서 올 수도 있지만 진정한 인간의 가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인간적인 도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열정적인 삶과 가치 있는 삶을 만나볼 수 있는 <중력>의 강한 끌림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손에 잡는 순간 금세 아침을 맞이하게 하는 강한 끌림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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