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지음 / 반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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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백종은 약 7 년의 독일 생활 동안 그가 보고 느낀 베를린을 한 권의 책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이다. 베를린이 품고 있는 많은 역사적인 조형물들과 추모공원들을 통해서 역사적 공간을 예술적인 감각으로 승화시켜 교훈과 감동을 주고 있는 베를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비극적인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독일인들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전쟁 가해자이면서 반성은커녕 새로운 제국주의를 꿈꾸고 있는 동양의 한 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비극적인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의 시작은 200년의 세월을 견뎌내며 베를린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노이에바헤에서 출발하는데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라는 작품은 사진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만큼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다음으로 등장하는 많은 기념조형물들은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추모하며 지나온 역사의 잘못을 반성하고 잊지 않으려는 정신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여덟 번째 기념조형물부터 열 번째 기념조형물은 냉전시대가 낳은 동서독의 아픈 역사를 담은 기념조형물들이다.

 

이렇게 이 책은 열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베를린에서 꼭 만나보아야 할 열 곳 내지는 열 개의 기념조형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예술적인 작품 해설을 비롯해서 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꼼꼼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독일의 근현대사도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 작품들뿐만 아니라 두 번의 비극적인 세계대전의 주인공 독일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의 내용도 사진으로 만나보는 작품들도 너무나 좋았다.

 

이 책에 실린 기념조형물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별 느낌 없이 높기만 한 기념탑들과 동상들을 안 떠올릴 수가 없었다. 같은 공간을 너무나 다르게 활용하고 있는 작품들의 차이를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P.230. 특히 독일의 기념조형물이 남다른 것은 제도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기념조형물에 대한 그들의 시각이 우리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작은 타일이 박힌 길을 걸어보고 싶고 나치 전범의 사진이 광고를 대신한 버스 정류장에 서보고 싶었다. 섬세한 디테일이 커다란 느낌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색깔 있는 작품들이 많이 담고 있고 너무나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서 만나는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들을 꼭 한번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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