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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지음 / 반비 / 2018년 12월
평점 :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9/02/12/23/mhyang73_8664319792.jpg)
독일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백종옥은 약 7 년의 독일 생활 동안 그가 보고 느낀 베를린을 한 권의 책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이다. 베를린이 품고 있는 많은 역사적인 조형물들과 추모공원들을 통해서 역사적 공간을 예술적인 감각으로 승화시켜 교훈과 감동을 주고 있는 베를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비극적인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독일인들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전쟁 가해자이면서 반성은커녕 새로운 제국주의를 꿈꾸고 있는 동양의 한 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비극적인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의 시작은 200년의 세월을 견뎌내며 베를린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노이에바헤에서 출발하는데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라는 작품은 사진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만큼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다음으로 등장하는 많은 기념조형물들은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추모하며 지나온 역사의 잘못을 반성하고 잊지 않으려는 정신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여덟 번째 기념조형물부터 열 번째 기념조형물은 냉전시대가 낳은 동서독의 아픈 역사를 담은 기념조형물들이다.
이렇게 이 책은 열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베를린에서 꼭 만나보아야 할 열 곳 내지는 열 개의 기념조형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예술적인 작품 해설을 비롯해서 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꼼꼼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독일의 근현대사도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 작품들뿐만 아니라 두 번의 비극적인 세계대전의 주인공 독일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의 내용도 사진으로 만나보는 작품들도 너무나 좋았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9/02/12/23/mhyang73_8123797236.jpg)
이 책에 실린 기념조형물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별 느낌 없이 높기만 한 기념탑들과 동상들을 안 떠올릴 수가 없었다. 같은 공간을 너무나 다르게 활용하고 있는 작품들의 차이를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9/02/12/23/mhyang73_1589650244.jpg)
P.230. 특히 독일의 기념조형물이 남다른 것은 제도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기념조형물에 대한 그들의 시각이 우리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9/02/12/23/mhyang73_1486269361.jpg)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작은 타일이 박힌 길을 걸어보고 싶고 나치 전범의 사진이 광고를 대신한 버스 정류장에 서보고 싶었다. 섬세한 디테일이 커다란 느낌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색깔 있는 작품들이 많이 담고 있고 너무나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서 만나는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들을 꼭 한번 만나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