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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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불어 원문을 그대로 실어서 원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고 가끔 영문 번역과 비교를 통해서 번역에 관한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어린왕자>에 대해 국내 번역본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어는 전혀 모르고 번역에 대해서는 더 알지 못하는 입장이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된 소설보다는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 의역으로 인한 의미의 변질을 의심해서이다.

 

P.162. 그런데 우리의 번역은 그 '의역'의 범위를 확대해서 이상할 정도로 '해석'에 집착합니다.

 

저자 이정서는 번역도 하지만 자신도 창작을 하는 소설가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직역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의역을 넘어 작품의 재탄생도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의역은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의 생각을 또는 독자의 생각을 번역가가 대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의 색깔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그 색을 어떤 색인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만약 번역가가 색에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작품을 번역한다면 그 작품의 색은 이미 변색된 것이고 독자는 변색된 작품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그래서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번역의 중요성을 <어린왕자>의 번역을 통해서 보여주고, 번역에 대한 저자의 소신을 밝히고 있어서 <어린왕자>를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어린왕자>를 읽을 때면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는 어린 왕자가 이상해 보일 때도 있었고 너무나 까칠한 장미가 얄미울 때도 있었는데 저자의 Note를 통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Note를 통해서 의역이 심한 국내 번역본과 자신의 직역을 비교하고 오역이나 심한 의역에 주의할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Note를 통해서 많은 오류들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차이점을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함께 주는 책이다.

P.362.

Lentement je hissai le seau jusqu'a la margelle. je l'y installai bien d'aplomb. Dans mes oreilles durait le chant de la poulie et, dans l'eau qui tremblait encore, je voyais trembler le soleil.

 

나는 천천히 우물 전까지 두레박을 당겨올려서 똑바로 세워놓았다. 내 귀에는 도르레 소리가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고 출렁대는 두레박의 물 속에서 햇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김**역)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우물의 둘레돌까지 들어 올려 넘어지지 않게 올려놓았다. 나의 귓속에서는 도르래의 노래가 계속 울렸고 여전히 출렁거리는 물 속에서 해가 출렁거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황**역)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테두리 돌 위로 끌어 올렸다. 나는 균형을 제대로 유지했다. 귓속에서 도르래의 노랫소리가 지속되었고, 아직도 흔들리는 물 위로, 나는 태양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이정서 역)

 

je l'y installai bien d'aplomb. 문장을 빼고 번역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직역을 주장하고 있기에 문장의 마침표가 세 개이니 번역된 문장도 세 개의 마침표를 가져야 하고 다른 문장부호(쉼표)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문장들만 보더라도 그 차이는 미세하지만 느낌의 차이는 클수도 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를 할지 안 할지는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어쩌면 저자는 독자들에게 의역이 주는 느낌과 직역이 주는 느낌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번역의 중요성을 <어린왕자>의 번역들을 비교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번역에 대한 저자의 소신을 독자들에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번역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올바른 번역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다. 더불어 감수성 넘치는 <어린왕자>를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세계적인 명작이 덤으로 주어진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생각할 내용도 많은 특별한 색을 가진 책이다. 저자가 보여주고자 한 색을 제대로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색은 주위에 스며드는 그런 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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