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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베어타운
대
나머지
전부
<오베라는
남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우리와
당신들>을 만나 보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오베라는 남자>이후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그리고
<베어
타운>까지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선물해주던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과 전작 <베어 타운>의 후속작이라는 점이었다. 작은 도시에 있는
아이스하키 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던 전편처럼 이번 작품도 아이스하키 팀이 중심이 된다. 이야기는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라는 흥미로운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차이가
차별이 되면 벌어질수있는
아픈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도시에 두
개의 아이스하키 팀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아이스하키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팬덤을 넘어 종교에 가까운 듯하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모든 주민들이 아이스링크를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술집에 앉아서 그날의 경기를 이야기한다. 즉 베어
타운이 곧
아이스하키 팀이고 마을 주민들은 모두 아이스하키 플레이어인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베어 타운은 그렇게 '우리'가 되었고 또 그렇게 '당신들'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에 대한 엄청난 사랑이 '당신들'에 대한 커다란 증오로 변질되어가면서 베어 타운의 주민들은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 혼란의 시작이 <베어 타운>이었다면
혼돈의 정점이 <우리와 당신들>이다.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지 못하고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읽는 내내
창피했다.
P.364.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 시제를 쓴다. (중략)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P.523.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예요."
그리고 불안했다. 작가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결말이 좋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고 그 불행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그려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마음 불안한 일이었다. 설마 전편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상처를 들어낸 마야나 아픔을 함께한 마야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이 아닌지 정말 엄청난 불안감을 안고 이야기를 읽었다. 보통 이
작가의 전작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밤을 새웠었는 데 이번 작품은 가슴속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밤을
새웠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불행의 주인공 찾기는 긴장감을 더했고 불행의 주인공이 밝혀졌을 때 긴장감과
불안함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해소할 수 있었다. 상처 입은 두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갈 때쯤 불행이 두
남녀의 사랑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P.31. 레오는 열두 살이고 올해 여름에 사람들은 항상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개성
있고 사랑스럽다. 부모를 배려하며 자신의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씩씩하게 버티는 마야가 사랑스럽고, 남편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꿈과
능력을 품고 사는 미라도
사랑스러웠다. 검은 재킷 사나이들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새로 부임한 여자 코치 사켈 또한 사랑스럽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아이스하키 단장의
동창생이면서 이 지역 지역 의원인 리샤르드
테오는 정말 밉고 그냥 막 싫었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의
이미지는 대동소이한 모양이다. 그런데 테오는 정치인들 중에서도 정말 나쁜 정치인이다. 의원이라는 작자가 지역 내 갈등을
이용해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듯해서 테오가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P.515.이곳에는
좋은 사람들도 살고 나쁜 사람들도 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작은 마을 내에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순간에 우리에서 당신들이 되어버려야 했던 한 소녀와
또 다른 한 소년의 이야기가 흐름을 주도한다. 소녀의 우정이 산산이 깨져버리면서 또 다른 사랑이 싹트고 베어 타운 아이스하키
팀은 새로운 후원자를 맡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찾아보라는 식으로 많은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확실한 악인 한
명은 알 것 같은
데 다른 이들의 선악
구별은 무의미할 것 같다. 600 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손에 잡는 순간 다 먹을 때까지 놓지 못하는 팝콘처럼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감동의 눈물을 통해서 마음의 정화를 바란다면 이 책이 지름길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