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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평점 :
일본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오랜 전통을 가진 가게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가업을 승계해서 백 년이 훨씬 넘는 전통을 품고 앞으로의 백 년을 준비하는 그들의 장인 정신이 놀랍기만 했다. 그런 전통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 도시들의 역사가 우리 도시의 역사보다 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한양이라는 오랜 전통의 도시를 일본 제국 주의의 침략과 6.25 전쟁으로 잃고 말았다. 그리고 폐허에서 재건된 서울의 역사는 그리 길지 못하다. 그래서 이 책<서울 백년 가게>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우리가 지키지 못했던 전통을 이제 서울 속에 새로운 전통으로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전통 부활의 첨병에서 자신만의 철학으로 '백년 가게'를 꿈꾸며 지키고 있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가게의 역사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그 만남 자체가 설렘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24개 가게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간직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았던 노하우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에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들을 보여주고 백년 가게의 소중함을,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는 책이다.
전통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듯하다. 그 전통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리고 그 전통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런 전통을 만들고 이으려는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통만큼이나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있고 많은 사진들이 함께해서 책을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전통이 소중한 것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만 머무는 전통의 생명력은 그리 강하지 못할 듯하다. 그래서 궁중 비법으로 떡을 만들고 있는 비원 떡집이나 문예인들의 아지트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전통을 잇고 있는 학림다방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기대된다.
일본의 오래된 가게들의 전통이 부러워질 때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을밀대나 홍익문고 같은 백년 가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 서울에도 전통을 지키며 '백년 가게'를 꿈꾸고 있는 가게들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가끔은 그런 자랑스러운 가게들을 찾아서 전통을 지키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그곳에서 전통이 주는 무한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서 서울 거리를 거닐고 싶다면 이 책 <서울 가게 백년>과 함께 하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