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 - 유라시아 대초원에 펼쳐진 북방제국의 역사와 한민족의 기원을 추적하다
김석동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만나보아도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역사 이야기이다. 역사는 저자가 바라본 시점이나 시대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나타나는데 그런 미묘한 차이가 역사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듯하다. 얼마전 역사적인 경제적 사건으로 세계사를 바라본 책을 만나본 적은 있지만 경제학자가 우리나라 역사를 들려주는 책인 처음이다. 저자의 이력도 신선하지만 저자가 바라본 곳이 역사이전 선사라는 점은 더욱 더 새롭게 느껴졌다. 기록이 없는 선사문화를 쫓아 한민족의 DNA를 찾아본다니 저자의 발상이 무척 특색있어 보였다. 경제학자가 바라본 우리 선사문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를 통해서 시간적으로도 멀고 지리적으로도 먼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을 만나본다. 

 

책의 구성은 역사책인 만큼 무척 심플하다. 제1부에서는 한민족의 DNA를 찾아보고 우리 민족의 특색을 이야기하고 제시하고 있는 데 당연히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우리 민족의 장점들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듯한데 그 이유는 저자의 에필로그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제2부은 한민족의 DNA의 원천을 찾아서 실크로드를 종으로 횡으로 답사하고 유라시아 대초원까지 횡단하는 내용을 담고있는 데 많은 사진들을 첨부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긴 여정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있다. 즉 우리민족의 특징들을 알아보고 그 특징들과 북방민족과의 동질성을 확인하기위해서 저자가 10년간 50차례 5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현장답사를 기록한 정말 소중한 책이다

 

저자 김석동은 대한민국이 이룬 경제 발전 기적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세계와 승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수출과 중화학공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민족의 DNA 이다. 저자는 한민족 DNA를 네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첫째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끈질긴 생존 본능이고 둘째는 경쟁을 두려워하지않는 승부사 기질이다. 그리고 셋째는 강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목표에 몰입하는 집단적인 힘 즉 강한 집단의지이다. 마지막으로 세계를 무대로 '나가서 승부하는' 개척자 근성이라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의 북방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그토록 오랜 시간과 열정으로 만난 한민족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였을까? 또 어떤 결론에 이르렀을까?

 

P.405. 이로써 앞서 전원철 박사가 연구하여 밝혀낸 역사, 즉 대몽골 제국의 칭기스칸이 고구려,발해의 후손이라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DNA 유전자 분석, 고고학적 유물 분석, 그리고 역사학자들의 인식과 연구를 종합하여 한민족의 개념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첫째, 한민족의 활동과 역사 범위를 현대 대한민국이 있는 한반도뿐 아니라 만주 지역과 발해만 일대를 포괄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라하기보다는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를 거치면서 민족간 융합이 있었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한민족은 유전자 분석, 언어, 고고학적 유물 등을 통해 볼 때 중국 북방과 유라시아 대초원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왔던 북방민족과 혈연.문화적으로 가깝고 이들과 교류.이동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저자가 어떻게 위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이른 결론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사에 최초로 등장하는 기마군단은 BC 8 ~3세기에 활약한 '스키타이'이고 기마군단의 출발지는 몽골 고원이다. 8,000km에 달하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초원의 주인공 기마군단(흉노,선비,돌궐,몽골,여진)이 2500년간 세계사를 써내려간 출발지가 바로 몽골고원인 것이다. 저자는 스키타이를 시작으로 먼 여정을 시작해서 역사속 여러 북방 민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흔적을 찾아 고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민족과의 동질성을 찾아 보았다. 발해만 요하 일대에서 발견된 고대 문화의 유적인 홍산(紅山)문화 (또는 요하문명)는 기원전 6000년경 당시부터 한반도와 중국 동북 지역 일대를 엮는 발해만 연안은 중국의 중원과는 다른 독자적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데 홍산문화가 중국의 자랑 황허문명보다 앞선다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국사 시간에 별생각없이 외웠던 북방민족으 특징 빗살무늬토기(중국문화에는 없음),적석총(중국은 토광묘),비파형동검(중국은 동주식 동검문화) 의 의미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옛날 이야기로만 알았던 '단군 신화'가 이 책을 통해서 전설이 아닌 역사로 느껴진다. 세계사는 미국 중심으로 동양사는 중국 중심으로 배운 우리들이 '오랑캐'라고만 알았던 북방민족의 새로운 모습들을 알려주고 있다. 한민족의 고대사를 다시 볼 수 있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자가 걸었던 북방민족의 길을 언젠가는 따라 가보고 싶다. 한민족의 고대사 속에 숨쉬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 참 이 책의 말미에 기술한 에필로그를 보면 저자의 직업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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