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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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은 재미나고 흥미로워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과 무언지 모르게 난해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 두 종류로 나누고는 한다. 일본의 라이트 노블 같은 재미나고 가벼운 소설과 추리 소설을 즐겨 읽지만 가끔 아주 가끔 노벨상이나 일본에서 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고는 한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니 문학성과 예술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우수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작품성과 예술성은 가독성과는 그리 친하지 않다. 그래서 작품성이나 예술성을 인정받은 수상작들은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완독 후에 머무는 짙은 감동의 여운을 맛보기위해 가끔 접하고 있다.

히라이데 다카시<고양이 손님>은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 히라이데 다카시는 노벨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로부터 ‘시 안에서 새로운 산문을 만들어내는 시인’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작가의 첫 소설인 <고양이 손님>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다.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본다. 표지의 앙증맞은 고양이가 한적한 마을로 이사 온 부부의 집에 찾아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난해하다. 그동안 만나 온 고양이들 책들에 익숙해져 쉽게 달려든 게 큰 실수였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고양이 ‘치비’를 만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고양이 치비와 친해지니 작품의 깊은 맛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일종의 하이쿠 소설이다.”라고 말한 프랑스 번역자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남을 ‘하이쿠(일본의 고유의 단시형)’들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존재하지만 소설인지 시인지 모르게 중간중간 시적인 이야기들이 포함되어있다. 그 시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일본어 원작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 단어의 강약, 장단을 바꿔 느낌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때문이다.

 

시인인 저자가 만들어낸 언어유희가 ‘하이쿠’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짧은 문장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던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서 시어로 산문을 쓰게 된 듯하다. 그래서 작품이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한적한 도시 외곽의 작은 집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움이 고양이 치비에 의해 더해진다. 아름다운 일상을 함께하는 ‘번개잡이’ 고양이 치비는 젊은 작가 부부에게 존재와 소유 그리고 상실에 대한 깊은 사유를 남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과 향기 짙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다면 조용한 창가에서 깊은 밤에 정독하기를 바란다. 골목의 정취를 모른다면 구글 검색으로 가까운 골목길을 미리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느낄수 있는 감정을 모두 끌어내는 작품이다. 정말 감성적인 그래서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잇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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