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의 빨간 수첩
소피아 룬드베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P.423. 제니, 삶을 두려워하지 마. 그냥 살아. 네가 원하는 대로 사는 거야. 웃어. 인생이 너를 즐겁게 해주는 게 아니라, 바로 네가 인생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 거란다.

 

스웨덴 블로거들의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아름다운 소설 <도리스의 빨간 수첩>을 만난다. 기자이자 소설가인 소피아 룬드베리의 첫 번째 작품이다. 죽음을 앞둔 도리스 할머니가 손녀 제니에게 남긴 글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90세가 넘은 도리스 할머니의 삶이 힘들고 외로운 어린 열세 살 소녀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P.420. 네 하루하루를 밝힐 만큼의 태양이 내리쬐기를, 그 태양에 감사할 만큼의 비가 내리길. 그리고 네 영혼이 강해질 만큼의 기쁨이 있기를, 살면서 만나는 작은 행복의 순간들에 감사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이 있기를. 때때로 작별인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만남이 있기를.”

 

어린 딸을 하녀로 보내며 도리스 할머니의 엄마가 해준 말이다. 그리고 도리스 할머니가 손녀 제니에게 해준 말이기도 하다. 지혜로운 엄마가 딸에게 그리고 그 딸이 손녀에게 전한 지혜가 이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 속에서 빛나고 있다. 도리스는 아빠에게 선물 받은 빨간 수첩에 자신이 살면서 만났던 의미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그 빨간 수첩에 담긴 이름들과의 인연을 손녀 제니에게 글로 남긴다. 자신의 죽음으로 자신의 삶의 흔적이 지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도리스 할머니는 손녀 제니에게 자신의 추억을 전해주려 한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그리고 영국의 해변을 거쳐 스웨덴에서 끝을 맺는다. 도리스 할머니의 삶의 여정은 책 표지의 뒷면에 깜짝 선물처럼 그려져 있다. 도리스가 머무는 곳에서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조금은 화려한 삶을 살았던 파리에서 젊고 아름다웠던 도리스는 첫사랑 앨런 스미스를 만난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끝없는 그리움으로 바뀌고 만다. 죽음을 앞둔 병상에서도 그 그리움은 도리스의 단 하나뿐인 사랑이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글을 통해 그 사실을 안 손녀 제니는 할머니를 위해 도리스의 첫사랑을 찾으려 한다. 아름다운 추억만을 안고 삶을 마무리하는 게 좋을지 삶을 마무리하기 전에 그 사랑을 찾는 게 좋을지는 모르겠다. 이 작품을 만나보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P.268. 도리스 할머니 옆에 엄마가 있어줘야 해. 할머니에게는 아무도 없어.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어. 혼자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고 아무도 혼자 죽어서는 안돼.”

 

도리스 할머니의 삶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색을 달리하는 페이지들을 통해서 그려진다. 미국에 사는 손녀 제니는 두 아이와 남편을 남겨둔 체 막내딸 만 데리고 스웨덴의 할머니 병상을 지킨다. 엄마도 아닌 할머니의 죽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 가족들의 불평을 뒤로하고 할머니 도리스를 찾아온 것이다. 손녀 제니와 할머니 도리스의 사랑도, 도리스와 앨런의 사랑도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할머니 도리스의 삶이 가여워 눈물이 났고, 도리스와 앨런의 사랑이 안타까워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참고 읽었는데 죽음을 앞둔 할머니를 향한 손녀 제니의 사랑과 혼자 남겨질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이 결국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보고 싶다면 감동의 눈물을 흐려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작품을 손에 잡기를 바란다.

P.433. 당신은 후회 없이 사랑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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