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우주인이 있다는 것은 믿는다. 그런데 귀신이나 혼령은 믿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호러소설보다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 만나본 <보기왕이 온다>가 처음 읽어본 호러소설이다. 책표지나 제목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만나본 작품은 마치 부적을 그려놓은 듯한 표지가 흥미로워서 읽게 되었다.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보기왕이 온다>는 사무라이 이치라는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호러 소설을 처음 접하니 작가도 낯설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호러소설의 엄청난 매력을 알게 되었고 사무라이 이치의 팬이 되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보기왕의 정체는 괴물인지 악령인지 밝혀지지 않고 끝까지 그것으로 남는다. 어린 히데키가 들여보내지 않았던 보기왕이 문밖에서 말하던 ......치가쓰리.”(P.16)의 뜻도 알려주지 않느다. 하지만 이 의미 없는 말은 지금도 보기왕이 초인종을 누를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말이 된다. 소설의 결말에서 누군가의 입에서 다시 등장하는 치가쓰리.’ 도대체 보기왕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녀석은 어디에서 왜 나타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

 

3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각 장에 주인공을 달리한다. 하지만 각기 다른 이들이 풀어낸 이야기가 너무나 촘촘하게 이어지고 있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공포는 점점 더 커진다. 1장 방문자의 주인공 다하라는 아내와 딸을 너무나 사랑하는 육아 블로그를 운영할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다. 육아는 아내와 함께하는 것이라며 아내에게 무한 애정을 보인다. 그런데 이 나쁜 보기왕이라는 녀석이 선량한 가장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선량한 가장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보호책을 준비한다. 2장 소유자의 주인공은 다하라의 아내 가나다. 딸 치사의 육아를 함께하자며 무한 관심을 보이는 이상적인 남편 다하라와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가나의 속마음은 전혀 다른 반전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마무리 3장 제삼자의 주인공은 오컬트 작가인 노자키이다. 다하라의 의뢰로 영적 능력을 가진 여자 친구 마코토와 다하라 가족을 지켜주려고 보기왕의 정체를 추적한다. 하지만 별 소득없이 보기왕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영적 능력이라고는 일도 없는 노자키의 활약으로 영적 능력을 가진 스님마저 너무 위험하다며 포기한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까? 다하라 가족은 보기왕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모두가 두려워하는 보기왕은 가족들의 벌어진 틈새를 노린다고 한다. 그 틈새는 서로간의 신뢰와 대화가 무너진 가족에서 보이는 것일 것이다. 다하라가 아내 가나와 찾은 본가에서 할머니 시즈는

 

가나를 소중히 대해주렴.”(P.29)

계속 참기만 하면 마음속에 나쁜 게 쌓이는 법이지.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대가가 온단다. 계속 참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P.30)

라고 충고한다.

만약 다하라가 할머니의 충고를 들었다면, 아내 가나가 이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보기왕과 만나는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까? 결말에서 보여주는 보기왕의 실체는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낸 악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어쩌면 피할 방법이 없을 지도 모른다. 인간의 뒤편에는 언제나 악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보기왕이 무서워하는 것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호러소설이 처음이라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보기왕이 주는 두려움보다는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애틋한 사랑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호러소설이 주는 공포와 함께 가족애라는 감동이 이 소설을 더욱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만약 이 작품을 읽고 싶다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만나보기를 권한다. 손에 잡는 순간 보기왕이 손에서 놓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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