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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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다는 것들 중 하나가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일 것이다. 어려서는 친구의 일기를, 어른이 되어서는 가슴 조이며 아이들의 일기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가슴 조이며 몰래 보던 일기장을 편안하게 보여주는 책이 있어서 만나본다. 퇴사 후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529의 일기를 북폴리오를 통해서 <하루 그림 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P.149. 그럼에도 스스로를 좋아하는 일.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다짐.

P.50. 내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거운 책임이 되었을까.

오늘은 조금 눈물이 났고, 이제는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색연필로 그려낸 예쁜 그림들이 우선 시선을 사로잡고 그 밑에 하루 일상을 편안하게 쓰고 있다. 마치 초등학생들의 그림일기처럼 그림과 글로 하루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감성에서부터 혼자 사는 외로움까지 젊은이가 느낄 수 있는 삶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가끔 연애의 감정도 슬쩍 비쳐주고 있다. 하지만 이 일기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느낌은 젊은 작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이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보다는 직업으로써 그려야 하는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초보 작가 529의 삶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어서 젊은이들이 본다면 정말 커다란 공감을 하게 될 것 같다.

P.45.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항상 너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물었구나.'하는.

늘 남에게 구한 답을 가지고 널 대해서 미안했다고,

이제야 깨달아서 미안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P.115. 새로 바꾼 이불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아서 누워 있는 중.

평소보다 일찍 일기를 쓴다.

좋아하는 파자마, 잘 말라 햇볕 냄새가 나는 침구.  

더 더 많이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

더 많이 좋아하며 살고 싶다.

P.191. 보는 사람이 그림 안에서 자신을 발견해 준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작가 529의 바람이 담긴 628일 일기의 마지막 문장이다. 529 자신의 작품을 보고 그 그림 안에서 보는 이가 보는 이 자신을 만날 수 있기를, 자아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래서 피카소보다는 모네를 좋아한다. 이 책의 그림은 어디선가 본 듯한 주인공이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나 편안하게 볼 수 있다.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고 해서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짧은 글이지만 그 글에는 공감이 있고 편안한 그림이지만 그 그림에는 울림이 있다.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창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를 만나 볼 수 있는 깊은 울림과 공감이 있는 책이다. 오늘 밤부터 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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