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실록 - 실제 기록으로 읽는 구한말 역사
황인희 지음 / 유아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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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이기에 다소 소홀하게 다루고 있는 듯한 우리들의 과거가 있다. 그 아픈 기억 속에 존재하는 두 왕 고종과 순종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 아닌 '대한 제국 실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한 제국 실록의 편찬 과정이 일본에 의한 것이라 우리의 역사 실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비운의 황제 고종과 순종은 실록에서마저 비운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비운의 역사 기록을 역사 칼럼니스트 황인희가 쓴 <대한 제국 실록>을 통해서 만나본다.

 

이 책은 '고종황제 실록'과 '순종황제 실록'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발췌해서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의견이나 시대상황들을 담지 않고 당시의 기록만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상소나 대화 내용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어서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워낙에 급변하는 시기의 기록이기에 지루함보다는 긴장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서 만나 본 대한 제국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할 수 있는지 조선시대 말의 지도층들은 자신의 이권이나 신념만을 위해 나라를 풍전등화로 내몰고 있었다. 물론 실록을 일본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술했겠지만 대한 제국의 관료들이나 고종과 순종은 한 나라를 책임지기에는 너무나 무능해 보였다.

 

대한 제국은 외세의 침략이 극심해지는 조선 말기 13년(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동안 우리 땅에 존재했다. 그중 순종이 황제로 재위했던 기간은 4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대한제국 이전 고종에 관한 기록을 함께 담고 있다. 그런데 기록들을 따라 고종이 정사를 살피는 모습을 그려보면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자포자기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점점 더 옥죄여오는 외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심지어 하루 만에 자신의 뜻을 바꾸는 모습에서는 정말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왕이 그렇게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기록의 대부분은 국내의 채굴권이나 철도 부설권 등의 권리를 내주었다는 내용이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답답한지 모르겠다. 거기에 을사오적이 나와서 정사를 흐릴 때는 답답함보다는 가슴속에 울분이 차올라서 책을 덮고 싶었다. 일본의 앞잡이로 살았던 이들을 단죄하지 못했던 우리의 근대사가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기만하다.

 

조선과 대한 제국의 마지막을 담고 있어서 당시 황실과 황제 그리고 관료들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현재 한반도를 들러싸고 펼쳐지는 외교 상황과 오버랩되는 것 같아서 더욱 갑갑하기만 했다. 그때 청과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중국과 미국으로 변한 것 말고는 우리의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신중하고 우리의 국익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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