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장안 24시 - 전2권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 마보융 '천보 3재(서기 744년),장안에 큰불이 있었다'라는 역사 속 짧은 문장에서 장안을 무대로 한 거대한 테러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역사와 허구를 자유롭게 오가는 작가를 따라서 책 속으로 들어가면 중국의 역사도 만나고 장안의 문화도 만날 수 있다. 중국에서 문학 귀재라 불린다는 작가 마보융의 작품은 처음 만나보았지만 작가에게 빠져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 두 권으로 구성된 <장안 24>는 숨 막히는 스릴이 넘쳐나는 24시간을 1000 페이지가 넘는 24장에 담고 있다. 상권은 1장 사정(10 11)을 시작으로 12장 해초(오후 9)에서 끝을 맺는다. 하지만 1장은 2장을 부르고 12장은 13장을 부른다. 앞장의 내용이 끝날 때쯤에는 벌써 마음은 다음 장이 궁금해지는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다. 24장 사초(오전 9)에 이르기 전까지는 장안을 통째로 날려버리려는 테러의 배후조차 알 수 없다. 마치 매장(시간)마다 반전이 일어나는 듯하다. <장안 24> 상 권을 덮으면서 하 권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을 만났다.

우리 역사 속에 자주 등장해서 익숙한 나라 중국. 하지만 익숙한 만큼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 <장안24>를 접하면서 중국에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작품의 배경이 당나라의 수도 장안이고 중국의 명절 원소절이기에 알아보게 된 것이다. 장안은 한나라, 당나라를 포함한 17개 왕조와 정권의 수도이었다고 한다. 이야기 속 장안도 108방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와 수많은 민족이 함께하는 국제적인 대도시의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원소절은 중국의 4대 명절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정월 대보름과 날짜(115)가 같다. 보름달을 보며 기원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한마디로 당나라의 가장 큰 도시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에 대규모의 테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테러를 막기 위해서 주인공 장소경이 죽음을 무릅쓰는 활약을 보이는 24시간 동안의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권을 펼치면 장안의 108방을 포함한 간단한 지도가 제일 먼저 나온다. 왠 지도? 여행 지침서도 아니고 본격적인 역사서도 아닌데하는 의구심은 단 몇 페이지만에 아 이래서 지도가 필요하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생소한 지명(방)들이 많이 나오는 데 그 지명들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읽기에는 무언가 빠진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지도에 표시된 '방'들 사이에서 이야기에 나오는 '방'들을 찾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리고 그 재미는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정안사가 위치한 '방'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끌림을 가진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당나라의 특수 조직 정안사의 수장 이필이 장안의 중심부를 노리는 돌궐의 늑대전사들을 유인하여 잡으려다 사소한 실수로 늑대전사의 적장 조파연을 놓치면서 위기에 처한 이필이 늑대전사 조파연을 추적하는 적임자로 장소경을 선택하면서 시작된다. 시작부터 긴장감 넘치던 이야기는 장소경의 등장으로 조금 더 긴장감을 더하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장소경'이라는 인물도 중국 역사서에 단 한번 등장한다것이다. 장소경은 사형을 기다리고 있던 사형수로 정안사 임무와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인물이다. 상관을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을 살인한 살인마이기에 많은 의구심을 갖게하는 장도경은 어떤 사연이 숨기고 있을까? 그런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장소경만큼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연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이 작품을 더욱더 흥미롭게 해준다. 1000억이 넘는 제작비로 60부작의 드라마가 완성될수 있었던 점도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이력들이 큰 몫을 했을 것 같다.

정말 많은 매력들을 장착한 재미난 작품이지만 <장안 24시>의 가장 큰 매력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에 있는 것 같다. 매 시간마다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결말이 눈에 보일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서평 속에 이야기의 내용을 자세하게 담을 수 가 없다. 아마 이 작품을 직접 만나보게 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믿어야할지도 모르고 장안에서의 대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한 배후도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야기는 거대한 음모와 함께 백성이 아닌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이들의 등장으로 또다른 반전을 만들어간다.

스릴 넘치는 이야기 흐름이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또 다른 흡인력의 축은 장안의 108방 골목골목을 직접 지나고 있는 듯한 섬세한 묘사가 맡고 있다. 장안의 수로까지 등장시키고 뒷골목의 문화까지 소개하고 하고 있다. 또 원소절이라는 명절의 잔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어서 마치 중국의 명절 원소절의 중앙에 있는 듯하다. 명절의 들뜬 분위기와는 상반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늑대전사들을 추적하는 사형수 장소경의 마음에는 사면도, 충성심도 없다. 그저 백성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더 죽음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뻔한 뉴스에 등장하는 그렇고 그런 위정자들이 꼭 이 작품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장소경의 반만이라도 백성을 위하고 이필의 반만이라도 국가를 위하는 이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상권을 손에 잡기전에 꼭 후권을 곁에 두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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