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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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 소설집 <사랑하는 습관>을 문예출판사를 통해서 만나본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1957년에 출간된 <사랑하는 습관>에 수록되었던 단편들이다.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초반의 영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1950년대 초반에 쓰인 작품들이여서 시대적, 공간적인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까하는 의구심을 안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얼마 전 접했던 <19호실로 가다(1979)>보다 더 흥미롭게 만났고 공감할 수 있었다. <19호실로 가다>에서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의 주된 흐름이 여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사랑하는 습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나게 접할 수 있었다. 전쟁의 상처, 자아실현, 이념 갈등, 그리고 그로인한 가정의 파괴, 사랑의 상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단편 소설집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습관에 등장하는 조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매달려 습관적으로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런 습관적인 사랑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자신뿐 만아니라 사랑하는 이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조지보다 더 이상한 사랑을 하는 남자 지미는 다른 여자에서 엄청난 일을 벌인다. 아마 요즘이었다면 밝은 빛 보며 살기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다양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동굴을 지나서 에서 만나본 영국인 소년은 바닷가 바위틈에서 자아를 찾고 자신의 세계를 완성한다.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과 소년의 홀로서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낙원에 뜬 신의 눈에서는 전쟁이 끝난 후의 사람들의 변화를 보여준다. 승전국의 국민이든 패전국의 국민이든 그들이 겪어야했던 아픔이 몸과 마음을 무언가에 갇히게 되고 그 갇힌 상황이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다.

 

모두 9개의 단편 작품들 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각기 다른 색깔과 향기로 작품마다의 개성을 뿜어내고 있다.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지만 그 울림은 크고 깊다. 인간의 본성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어설픈 거짓으로 삶의 순간순간을 피해보려는 남성들의 아둔함을 시작으로 재미난 이데올로기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매력을 가진 책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인간 본연의 향기를 꼭 한번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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