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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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서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작품은 이기호 작가의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43> 이다. 우선 성경에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려는 듯 한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욥기 42장 다음을 작가가 창조하려는 것일까? 재미난 발상이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욥기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성경과는 너무나 거리를 두고 살아서 검색 찬스를 썼다.

 

책장을 열면 이번에는 혼자 답을 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데 질문자의 말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질문에 대한 답만 담겨있다. 화재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의 질문은 생략해버리고 마을 사람들의 진술만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경찰들의 질문은 너무나 식상해서 빼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찾아내는 일에 경찰의 말들이 방해가 될지도 몰라서 삭제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경찰의 질문에 답을 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상상하다보니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목양면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자하는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작은 시골 마을의 화재사건이 이야기 소재가 될까? 여기서 작가는 화재가 발생한 장소를 교회로 만들고 죽은 이들 중에 목사를 포함시키면서 이야기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거기에 화재원인이 누군가에 의한 방화라는 것이 이 작품을 더 흥미롭게 한다. 하나님을 모시는 교회를 불 지른 이는 누굴까? 정말 방화가 맞을까? 주민들의 진술은 계속되고 어디 간에 꼭 있는 너 몇 살이냐’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되는데...’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진술하는 모든 이들은 진실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자기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인 진실이다. 여기에서 진정한 답을 하는 이가 등장한다. 아니 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이가 등장한다. 진정한 진실은 질문에 답은 안하고 처음부터 질문만 퍼붓던 이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 답보다는 질문을 많이 하는 이를 통해서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질문만 하는 데도 캐스팅이 된 모양이다. 어떤 이가 캐스팅 되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더욱 재미나게 느껴진다. 질문만 하는 이에게서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꼭 천천히 읽어보길 바란다.

 

방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말 새로운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그 이야기에 중심에는 늘 한 사람이 서있게 되는 데 그는 왜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원인은 많이 있겠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죽음의 문 앞에서 잘못 들어선 문을 끝까지 천국의 문이라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되었든 모든 일들이 인간이기에 발생한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에 겪어야하는 것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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