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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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 그래서 많은 의문들을 파고들고 조사해서 진실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진실의 문을 열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진실을 덮어두려고 눈을 감고 마는 경우도 많다.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자신이 원하던 내용이 아니면 눈을 감고 다시 또 다른 진실이 숨겨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 <진실을 읽는 시간>의 저자는 법의학자 빈센트 디 마이오와 베테랑 범죄 작가 론 프렌셀이다. 누구보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였을 이들을 통해서 진실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만나본다.

 

법의학자도 의사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아니고 생명의 끝을 함께하는 의사이다. 영혼이 빠져나간 주검을 통해서 영혼이 빠져나가게 된 원인을 찾고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서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는 누구보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의사다. 의사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누구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떠올리겠지만 법의학자를 선택한 의사들의 생활은 다른 의사에 비하면 열악한 것 같다. 인원도 너무나 부족하고 연봉도 일반 병원의 의사들보다 적다. 그렇다면 저자가 40년간 법의학자로서 9000건 이상의 부검을 하며 법의학에 일생을 바친 연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가진 대단한 자부심이다. 법의학을 통해서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는 자신의 직업에 엄청난 자부심이 오랜 세월 수많은 스트레스를 견디며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진실을 찾고야 말겠다는 소명의식이 저자를 세계적인 총기 전문 법의학자로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주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가진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범죄 현상에 만난 진실들을 정말 섬세한 묘사들을 통해서 담아내고 있어서 너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통찰력과 조금은 냉정하게 보일지 모를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아온 법의학자들과는 사뭇 다른 그들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사건, 사고들이 많이 등장한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흥미진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에피소드는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 반 고흐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였다. 반 고흐의 죽음은 자살일까? 반 고흐의 자살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든 것이 놀라웠지만 고흐에 관한 이야기는 놀라움 자체였다. 죽음을 둘러싼 사건 사고를 담고 있지만 진실을 대하는 우리들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책이다.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인정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책 <진실을 읽는 시간>을 꼭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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