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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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 소설들을 문예출판사를 통해서 만나본다. 도리스 레싱의 단편선 <19호실로 가다>에는 열한 편의 단편들이 담겨있다. 196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한 열한 편의 작품들에서는 당시 가장 큰 이슈였던 여성해방운동과 관련된 작품들을 비롯해서 자본주의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인한 계급사회의 문제 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단편집의 주된 흐름은 여성들의 자아 형성에 대한 것이다.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 속에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점점 잃어버리게 되는 여성들의 희생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단편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의 의미를 찾아보는 데 있는 듯하다. 나만의 느낌을 정리해보고 단편집에는 대부분 준비되어 있는 작품 해설을 통해서 그 느낌을 비교해보는 과정도 흥미롭다. 이 단편집에는 특별하게 저자 도리스 레싱의 해설이 서문에 실려있고 용인대학교 민경숙 교수의 작품 해설이 단편선을 마무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편의 작품 해설을 통해서 이 단편선에 실려있는 작품들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 19호실로 가다 : 처음 두 문장 -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에서는 여성을 성() 적으로 정복하고 그릇된 성취감을 느끼는 남자인 내가 봐도 이상한 남자 그레이엄 스펜스와 애정 없는 성행위에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자신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 바바라 콜스가 등장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남자와 두 여자>에 등장하는 도로시는 출산 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지만 남편의 외도에 너무나 무덤덤한 자신에게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단편선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여성이기에 겪게 되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영국 대 영국>에는 광산 노동계급 출신 찰리 가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하며 만나게 되는 중산층과의 갈등에서 오는 계급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20>에서는 이별 후 20년 만에 재회하게 된 두 남녀가 등장해서 사랑의 가장 큰 덕목은 믿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편선의 제목과 같은 <19호실로 가다>의 주인공 수전은 광고 회사에 다녔었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을 꿈꾸며 몇 시간의 자유를 위해 19호실로 향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평범한 한 가정주부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단편선에 수록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이 등장한다. 나만의 공간으로써의 방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부터 자유로운 공간으로써의 방. 물론 여기서도 남성들은 새로운 공간으로써 방을 사용한다. 외도를 위한 공간으로써 방을 준비한다. 단편 속에 등장하는 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공간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만의 시간이나 공간을 찾아 방을 나가는 이들도 등장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이들도 등장한다. 작가 도리스 레싱은 시대적인 문제들을 다방면으로 제시하고 그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도 자아실현이라는 충분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과 자신만의 시간이 부족한 많은 여성들에게 자유를 꿈꾸게 하고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을 용기를 주고 있는 작품들이 넘치는 단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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