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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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58주 베스트셀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모스크바의 신사> 현대문학을 통해서 만나보았다. 작가 에이모 토울스의 두 번째 작품으로 <우아한 연인>에 이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런데 두 작품 모두 시대적 배경이 1930년대 전후의 격변기이다. 장소적 배경은 격변기의 중심이 된 거대한 나라 소비에트 러시아와 미국이다. 시대적 배경이나 장소적인 배경만 보면 무언가 커다란 역사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았지만 커다란 혼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작인 인간의 모습을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커다란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P.35.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우아한 연인>은 읽지 못해서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모스크바의 신사>는 커다란 나라 속에서 격변기를 맞이한 한 개인의 작은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20세기 전반부의 러시아가 보낸 혼돈의 시기를 고전풍의 글 속에 고스란히 옮겨놓고 있다. 첫 작품이 미국의 대공황이라는 혼돈이라면 이번 작품은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으로 인한 혼돈이다. 우리 문학이 일제강점기나 6.25를 자주 다루듯 러시아 문학은 그들의 혁명이 변화시킨 러시아 문화와 사회를 자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문학 작품들 속 배경들과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았다. 혁명이라는 커다란 사회적 배경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P.48. 하지만 모든 시기는 나름대로 미덕이 있다. 혼란의 시대라 할지라도...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을 통해서 1920년대를 시작으로 1950년대에 이르는 러시아의 문화와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사회상이란 게 모스크바의 고급 호텔 안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하는 30대의 백작의 눈에 비춰진 것들이다. 인간이 자유를 박탈당하게 되면 심하게 우울하고 자괴감에 빠져 괴로울 것 같은 데 종신 연금형을 받은 우리 백작님께서는 너무나 긍정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그 호텔 안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며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이 작품의 매력중에서 가장 컸던 것 같다. 공주를 궁금해 하는 작은 소녀와 함께 호텔의 구석진 곳까지 모험을 하고, 유명 배우와 비밀스런 사랑을 하고, 공산당 고위 간부의 개인교사도 하고, 백작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호텔 직원들의 모임에도 참석하는 백작을 보면서 호텔 안으로 국한된 자유지만 그래도 조금의 자유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지 생각해보았다.

 

많은 특혜를 가지고 윤택한 삶을 살던 백작이 혁명으로 인해 자유를 축소당하지만 축소된 작은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절대 긍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작가를 처음 만나서 작가의 팬이 되기에는 좀 선급한 면이 있지만 우리 백작님과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9살 아이와 호텔의 구석구석을 다닐 만큼 순진하고 호기심 많은 로스토프 백작이 보여주는 훙미로운 그의 일상은 700 페이지가 넘는 벽돌 두께의 작품을 단숨에 읽게 만들어 준다. 많은 이야기들이 위트있는 대사들과 함께 재미나게 펼쳐지는 <모스크바의 신사>는 다가올 여름휴가에 꼭 챙겨야할 필수 아이템인 것 같다. 초긍정의 키 큰 백작님과 동행하는 여름휴가는 더욱 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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