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6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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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으로는 두 번째, 일본인으로는 첫 번째 노벨문학상(1968)을 수상한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산소리>를 만나보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왠지 모를 설렘을 준 작품이다. 설렘을 안고 펼친 작품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16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진 이야기들은 전체적인 맥락은 이어지는 듯 한 데 조금씩 단절된 느낌을 받았다. 하나의 제목으로 연결된 이야기들이 소제목 하에서 조금씩 끊어진 듯 한 느낌을 받은 까닭은 책의 말미에 있는 작품 해설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이 책은 각기 달리 발표되었던 16개의 단편소설을 모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니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해주는 작품이다.

 

소설은 62세 노인 신고가 자신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인지 한 노인의 에세이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심해지는 건망증으로 조금씩 삶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한 노인이 점점 더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꿈이나 주위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마주하게 되고 그를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같다. 요즘이라면 60대 초반에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조금 이상하기까지 하겠지만 작품이 쓰인 1950년대에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거기에 1950년대는 일본이 전쟁으로 인한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을 때라는 점이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며느리 기쿠코를 두고 외도를 하는 아들 슈이치 그리고 마약중독으로 한 여인과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사위 아이하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딸 후사코와 손주들에 대한 일상들이 한 노인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을 보여준다. 그 속에는 아내의 언니를 동경했던 이야기도 등장하고 많은 이별들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생각도 보여준다. 16개의 이야기들은 정말 작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작가는 깊고 커다란 생각 속으로 우리를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야기들의 잔잔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도 자식들 걱정으로 주름이 늘어나고 계실 부모님 집 앞에 서있게 된다. 일본의 한 작가가 그려낸 한 가정의 이야기 <산소리>는 가슴 속에 커다란 그리움을 남기고 있다. 점점 더워지는 뜨거운 날들을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시원하게 해 줄 느낌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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