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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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현대문학신인추천을 통해 등단한 작가 천희란<2017 젊은작가상>을 받는 등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통해서 평단과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런 뛰어난 작가의 여덟 작품이 담긴 작품집 <영의 기원>을 만나보았다. 단편 소설들이 가진 함축적인 내용과 독특한 구조가 늘 어렵게 느껴젔었는데 이 작품집 또한 너무나 어렵게 읽었다. 작가가 다루고 있는 주제도 무거운데다 문장 또한 가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한번 능력의 한계를 진하게 느끼며 작가 보여주는 세상 속을 앞으로 뒤로 헤매고 다녔다. 여덟 편의 작품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세상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죽음의 세상이다. 죽음의 어둠 속에서 삶의 열정을 향한 빛을 찾아보려 열심히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창백한 무영의 정원>에서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어 간다. 그리고 종말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세상을 스스로 등지려는 이들이 함께 자살여행을 떠난다. 죽음의 순서대로 A, B, C, 등으로 불리던 이들이 죽은 후에야 자신들의 이름을 찾게 된다. 그들의죽음은 타인에 의해 기억되는 것이다.

<예언자들> 이 작품에서도 종말이 등장한다. 그런데 종말의 날이 정해져있고 그 징후들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정말 우리들 앞에 종말의 시한이 정해지게 된다면 어떤 일 이 일어나게 될까?

<영의 기원>에서는 자정을 왜 0시라 부르는 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주인공이 알던 영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죽음과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는 작품이다.

<다섯 개의 프렐류트, 그리고 푸가> 에서는 엄마의 자살 현장을 목격한 인연으로 효주의 후견인이 된 작가와 효주가 주고받는 편지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또한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고 있어서 이 작품집 중에서는 가독성이 가장 좋았다. 효주의 마지막 편지는 가슴 아픈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고, 작가의 마지막 편지는 이 이야기의 대반전을 보여준다. 효주가 작가의 마지막 편지를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하는 걱정도 앞선다.

 

P.130. 생존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을, 자신의 한경과 주고받는 영향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절대로 홀로 존재할 수 없어서,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하면, 그 변화가 세상의 다른 것들을 바꾸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신앙의 계보>에서는 종교에 귀의한 P신부가 겪는 어려움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려서 받은 상처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신부에게 다가온 작은 소년은 어쩌면 신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처받은 어린 영혼을 위해 신부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경멸> 이 이야기는 기묘하다. 영원히 살고 있다는 무명 화가를 만나 너무나 신기한 경험을 한 기자는 그 화가로 인해 삶의 중심을 잃고 흔들리게 되는 데 우리들에게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제정신으로 세상을 살기 힘들 것 같다.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 요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갑질을 생각나게 한 작품이다. 읽는 내내 형인의 입장에서 화를 내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형인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결말을 만났다. 이 작품집 속에서 가독성 있는 두 번째 작품이었고 흥미로운 결말이 또 다른 결말을 그려보게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화성, 스위치, 삭제된 장면들> 먼 미래의 화성 여행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여행을 꿈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는 화성여행 후 자살한 아내의 일기를 통해서 아내의 죽음과 화성여행과의 관계를 파악하려고 한다. ‘가 생각하는 아내의 죽음과 아이가 알고 있는 엄마의 죽음과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런데 이 작품은 마지막 몇 문장에서 독자와 작가를 등장시키고 있다. 우리.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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