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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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8. 이십일 세기는 이십 세기의 저질 리메이크일 뿐이다.

 

 <시간을 멈추는 법> 이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결국 책을 손에 잡고 밤을 새고 말았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 매트 헤이그가 만들어 낸 세상은 중간에 닫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밤을 새워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 속을 돌아 다녔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주인공 덕분에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니게 되는 작품이다. 너무나 많은 곳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탓에 한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잠시 한눈을 팔면 주인공 톰이 다른 존재가 되어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주는 긴장은 가슴 조이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운 긴장이다. 주인공이 살아 온 사백삼십구년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보는 흥미로운 긴장감을 즐겨본다.

 

P.32. 오래 살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순간을 붙잡는 것. 각 순간들이 도착하는 즉시. 과거와 미래가 아닌 무언가에 갇혀 사는 것. 이 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

 

P.52. 인간이 백 살을 넘겨 살지 못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기진맥진하기 때문이다. 계속 살아 나갈 의지가 없기 때문에. 지겹게 반복되는 생각과 인생에 지쳐 버리기 때문에.

 

지금은 런던에서 사십대의 톰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역사를 가르치는 주인공은 사실은 노화가 너무나 천천히 다가오는 희귀한 삶을 사는 사백삼십구살 먹은 에너제리아이다. 그가 400백년 넘게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니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의 수장 헨드릭이란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하는 운명에 처한 주인공은 자신의 딸도 자신과 똑 같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찾기 위해서 죽고 싶다는 감정을 억누르고 400년 넘는 세월을 참고 견딘다.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연장해 나가는 것이다. 자신처럼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이들이 모여 만든 조직에 몸을 의탁하고 자신의 딸을, 자신의 사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 조직의 첫 번째 규칙이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규칙에서의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이다. 주인공 톰은 조직의 규칙을 지킬 수 있을까? 딸과 다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결말이 보고 싶어서 결국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정말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P.189. 이 세상에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너뿐만이 아니야. 슬픔이 무슨 귀중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라고.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슬픔이니까.”

 

이 작품의 매력은 400년 넘게 살아온 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톰은 연주단의 일원으로 세익스피어와 함께 일을 하고 대화도 나눈다. 뿐만아니라 위대한 켓츠비의 저자 피츠제럴드도 만난다. 식당에서는 찰리채프린을 만나기도 한다. 쿡 선장과 신대륙 탐사도 함께한다. 정말 신나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어 너무나 재미나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400년을 넘게 산 사람의 지혜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해 지금까지 보았던 소설들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재미와 교훈을 함께 접할 수 있어서 인생을 사는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로 제작된다는 데 이 작품이 영화 제작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 한 번씩 펼쳐본다면 다시금 인생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해줄 것 같다.

 

P.414. 바로 이것이 이십일 세기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필요한 걸 다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마케팅은 우리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을 쓴다.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굳이 원하도록 만드는 전략 말이다. 그게 연봉을 삼만 파운드나 받아도 가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P.491.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역사는 일방통행로다. 무조건 앞을 향해서만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늘 먼 앞을 내다볼 필요는 없다.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며 현재에 만족하는 게 필요하다.

 

P.498.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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