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로봇
데보라 인스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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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화하고 싶은 책으로 선정된 11권의 책들 중에 한 권인 데브라 인스톨의 데뷔작 <내 정원의 로봇>을 만나보았다. 책 제목과 표지에서 느낀 첫 느낌은 아름다운 동화가 담겨있을 것 같았다. 작은 로봇의 등장에서 시작된 동화 세계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현실 세계의 이야기와 잘 버무려져 진정한 사랑과 자아를 다시 한번 돌아보며 끝을 맺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


P.439. "전부다 바뀐 건 아니야.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이야기는 요즘도 아이들의 공작 시간에나 등장할 듯한 깡통 로봇 이 직업도 가지려 노력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의 집 마당에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안드로이드들이 집안 일과 운전을 해주는 미래의 영국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벤은 아무런 의욕도 없이 살아가다 고철 로봇으로 보이는 탱이를 만나고 그와 같은 시기에 잘 나가는 변호사 에이미에게 이혼을 통보받는다. 이혼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였는지 고장 난 탱이를 고쳐주기 위해서 였는지 자신도 알지 못하지만 탱이와 함께 탱이를 만들어준 이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들과의 여행을 함께 하려면 밤을 새울 각오 정도는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가독성을 높여주고,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들이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고장 난 로봇의 아기 같은 행동들이 너무나 귀여워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눈에 띄는 고철 로봇 탱이와의 여행이 순탄할리 없었지만 미국, 일본, 팔라우에 이르는 긴 여행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긴 여정만큼이나 주인공 벤은 긴 생각을 하게 되고 조금씩 자아를 찾게 된다. 고장 난 고철 로봇의 수리가 목적이었던 여행은 어느덧 벤 자신의 정지되었던 자아 성찰의 시계를 수리하는 여행이 된다. 작은 에피소드들이 재미나고 유쾌한 동화처럼 전개되지만 그 속에서 아내 에이미와의 이별을 통해 진전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지되어 있던 자기 자신의 삶을 한걸음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찾아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벤과 탱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흡사 어린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초보 아빠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P.253. "그래야 착한 아이...아니, 착한 로봇이지."


작품이 보여주는 큰 흐름은 사랑이다. 인간과 로봇(벤과 탱)이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를 사랑한다 말하고 있고, 탱을 통해서 별 관심 없던 아이들을 새롭게 보게 되고 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길에서 만난 자유를 찾아 돌아다니는 집 없는 개(카일)를 사랑하고, 새로운 연인이 생긴 이혼한 아내 에이미에게도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사랑은 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즉 자존감을 찾게 되고 그 자존감은 멈춰있던 벤을 전진하게 한다.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정말 귀여운 이야기다. 이야기가 귀여운 이유는 고장 난 로봇 을 만나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장 난 로봇을 고쳐주고 싶다는 사랑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여행을 함께 하길 바란다면 지금 탱이의 손을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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