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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From Paris 피에스 프롬 파리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현재까지 17권의 소설을 발표했고, 49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35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 중인 프랑스 작가 마르크 레비가 2015년 발표한 P.S. From Paris 를 밤새워 읽었다. 프랑스에서 기욤 뮈소와 쌍벽을 이루는 작가라는 소개 글에 혹해서 선택한 작품이었지만 기욤 뮈소의 작품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작품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처음 만난 마르크 레비의 매력에 빠졌다. 왜 그의 소설들이 사랑을 받는지는 이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내 의도는 웃음을 주는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삶을 담고 있는 소설들이 모두 웃음을 줄 필요는 없겠지만 웃음이 필요할 때면 이 작가의 작품을 펼쳐보게 될 것 같다.
P.24. 실연은 처절한 아픔이지만 진짜 불행은 삶이 사막 같을 때야.
작품 전반에 밝은 웃음이 넘치고, 모든 글들이 유모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했다. 이야기는 오해에서 시작해서 좀 더 커다란 오해로 절정에 달하고 다시 그 오해를 바로잡으면서 끝을 맺는다. 처음 시작은 다른 로맨스 소설들처럼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사랑과 증오로 괴로워하는 여자 주인공 미아와 한국에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찾아오는 한국인 연인을 둔 남자 주인공 폴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첫 만남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폴의 친구 아서와 로렌이 폴에게 애인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에 벌인 장난으로 두 남녀가 만나게 되는 데 그 장면이 어찌나 웃기는지 작품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서로 ‘아무런 의미’가 아닌 친구라고 말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만남이 반복되면서 서로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어가는 로맨스를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작품이다. 조금 더 행복했던 것은 작품 속에 한국이 나오고, 창경궁이 나오고, 특히 얼마 후에 있을 서울 국제 도서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에서 한국을 만난다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P.209. 행복은 대체로 생각보다 훨씬 우리 가까이에 있어
그저 웃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오해가 나타나면서 작가 폴은 당황하게 된다. 이 커다란 오해가 이 작품을 가벼운 코미디에서 깊은 사색을 담은 작품으로 반전시킨다. 여기서 그 커다란 오해를 살짝 언급한다면 누구나 번역 도서를 읽으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일이 폴에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저 가볍게 읽던 로맨스 소설의 대반전을 만나는 즐거움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고 서로 친구라고 우기는 작가 폴을 알지 못했던 배우 미아와 영화를 보지 않아서 배우 미아를 알아보지 못하는 작가 폴이 그들이 그어놓은 친구라는 선을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즐거움은 덤으로 만나 볼 수 있다. 폴과 미아, 아서와 로렌, 다이지 그리고 거리의 화가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행복한 삶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행복을 바란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행복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