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P.122. "인생에 혹시나는 없더군요."


P.140. '선한 사람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을 건네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일본의 한 평범한 직장인 모에가라가 일주일에 한 번씩 트위터에 올린 '140자'글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트위터 연재 당시 9만 명의 팔로워가 있었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었다는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다시 한번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인의 소설이라는 점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 듯합니다. 또한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제목에서도 소설 제목이라기보다는 에세이 제 목같은 묘한 느낌이 느껴져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묘한 느낌을 안고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P.41. 잠시도 일탈을 꿈꾸지 않는 바른생활이 어른이 견지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태도라고 한다면 나는 차라리 철없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이 소설은 이 이야기를 탄생시킨 모에가라와 유사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평범한 직장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다가 17년 전 헤어진 연인에게 실수로 '친구신청'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오래전 떠난 연인이지만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던 '가오리'에게 실수인지 아니면 용기를 낸 건지 친구를 신청한 주인공이 추억 속 단편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어린 시절 원인모를 원형 탈모증으로 인해 왕따가 되었고, 학업에는 뜻이 없이 그저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에게 삶의 의미와 목적이 되어 주었던 '나보다 더 사랑한' 가오리에 대한 추억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잔잔하게 그려져있습니다.


P.111.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목적지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뿌연 안개 속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135. 인간은 현재보다 환경이 악화될 경우 공포감을 느끼듯 좋아질 경우에도 역시 겁을 집어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듯합니다. 소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갈등이나 긴장감을 찾아 볼 수 없는 잔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과거 추억을 담아낸 에세이처럼 느껴졌습니다. 평범한 40대의 직장인으로서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 속에 계속 등장하는 '전동차'는 아마도 우리가 가고 있는 삶과 연결되어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적지가 있지만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고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어느 역에 내리느냐에 달려있는 듯합니다. 주인공도 그의 연인 가오리와 함께 목적지 없는 여행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뿌연 안개 속의 목적지는 오랜 시간 후에도 뿌연 목적지일 뿐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올렸던 글들을 모아서 만든 이야기인 까닭인지 왠지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지는 않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의 작은 속삭임들이 하나의 큰 외침으로 표현되지는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추억들을 한편 한편 보여주고 있는 조금은 다른 형식의 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쓴 잔잔하고 따스한 봄바람 같은 소설입니다. 봄바람처럼 얼어있던 모든 것들을 녹일 수 있는 많은 좋은 문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에세이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봄바람처럼 따뜻한 추억을 만나보고 싶다면 꼭꼭 한번 만나보라 권하고 싶은 에세이 같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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