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 예정인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베어타운>을 만나보았습니다. '오베라는 남자'이후 출간된 '브릿마리 여기 있다'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라는 작품들도 만나보았지만 이번 작품은 앞선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는 듯해서 더욱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시작부터 죽음을 암시하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 '누군가'가 너무나 궁금해서 55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번에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에 첫 문장을 만나보기를 바랍니다. 너무나 강렬한 느낌의 그 문장이 누굴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데 작가는 끝에 가서야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보여줍니다. 작가가 보여 준 결말이 다음 작품으로의 연결을 보여주고 있는 듯해서 벌써부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됩니다.

 

P.11.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전 작품에서와는 다른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이전 작품들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쥐, 개 등)들이 등장해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교감하면서 이야기의 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베어타운>에서는 아이스하키 팀의 마스코트인 '곰'이 등장합니다. 살아있지 않기에 등장인물들과 교감할 수는 없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마을의 상징입니다. 작인 마을 아이스하키 팀의 마스코트 '곰'은 팀의 마스코트가 아니라 온 마을의 마스코트이고 마을 남자들의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입니다. 즉 '곰'은 곧 아이스하키이고 아이스하키는 곧 '마을'인 것입니다. 그러니 침체기에 빠져 헤매던 마을 베어타운의 부활을 아이스하키 팀의 부활과 함께 연관 짓는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을의 부활을 열일곱 소년들의 어깨에 부담으로 올려놓으면서 팀 즉 공동체의식이 잘못 투영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 사고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P.113. 인간은 들은 대로 달라진다. 아나는 지금까지 줄곧 틀렸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런 지나친 공동체 의식으로 인해 자신의 양심보다는 팀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정의와 진실을 은폐하고 팀원이 되려고 하는 열다섯 살 한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짝사랑하는 기타를 좋아하는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를 소유하려는 잘못된 욕망을 가진 아이스하키 팀의 에이스인 열일곱 살 소년의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해 전국 대회 준결승까지 오른 소년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산탄총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결말이 오기 전에 피해자를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을의 부활을 꿈꿔오던 <베어타운>의 정의롭고 진실된 '곰'들이 산탄총의 피해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스하키 한 경기가 몰고 온, 잘못된 공동체의식이 낳은 광풍이  인간의 존엄성을 날려버리는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하는 작품입니다.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결말에 다가가게 되는 작품입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보고 싶다면, 열다섯 소년, 소녀의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보고 싶다면,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족들의 지혜를 보고 싶다면 <베어타운>에 꼭 가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