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모모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로 자리잡은 바이럴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다. 좀 '잘 나간다'싶은 여고생들을 불러모아 입소문으로 상품에 대한 광고를 하게 하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수사반의 이야기와 범인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스릴러의 정석을 보여준다. 형사가 쌓아가는 유대관계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이 좋은 부분이다.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씩 쌓아나가면서 깜짝 놀랄 만한 진상에 다다른다. 흡사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하다.

보통이면 여기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겠지만, 작가는 그에 그치지 않고 반전을 하나 더 준비한다. 말 그대로 뒤통수가 얼얼하다. '정말 이게 맞아?'라는 생각에 찬찬히 복기해봤는데, 힌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교묘하게 시선을 돌려 잘 드러나지 않게 만들었을 뿐, 어딘가 어색했던 인물의 행동이 하나씩 퍼즐처럼 맞춰진다.

한번 읽고 진상을 알면 흥미가 떨어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두번째 읽을 때 놓쳤던 힌트들을 되짚을 수 있어 더 큰 재미가 느껴졌다. 차곡차곡 쌓아 가는 빈틈없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소문'을 추천한다. 말 그대로 기분 좋은 오싹함이 온 몸을 감쌀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흐의 친구로도 유명한 폴 고갱의 본업은 주식 중개인이었다. 화가로서는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리는 소위 '일요화가'였다. 불경기의 여파로 실직한 이후에는 전업화가가 되어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고, 이후 아내와 이혼하고 고흐와의 관계도 소원해지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게 된다.

앙리 루소도 일요화가였고, 49세까지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저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색채를 조합하면서 미술사의 한 획을 긋는 화가가 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일요화가로 살다가 전업화가가 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의 작가인 윌리엄 브리튼도 본업은 교사였고, 작가로서는 '일요 작가' 중의 하나다. 그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 본서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다.

폴 고갱과 앙리 루소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요화가여도 전업화가의 경지를 뛰어넘은 사례들은 많다. 윌리엄 브리튼의 소설집도 전업 소설가들을 뛰어넘은 독창적인 단편들로 가득했다. 고전에 대한 오마쥬와 함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xx를 읽은 남자'와 더불어, 새로운 탐정이 활약하는 '스트랭 씨 이야기' 또한 모두 저마다의 멋을 뿜어낸다.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덕목은 훌륭하다. 고전 소설들의 향기가 언뜻 느껴지는 초반을 지나면 중반 이후부터는 독창적인 해석이 펼쳐진다. 언뜻 트릭을 그대로 따온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마지막에 한번 더 변주가 들어간다. 에드거 엘런 포의 '아몬티야토 술통'에서 모티브를 따온 '에드거 엘런 포를 읽은 남자'도 트릭을 깨부술 방법에 대한 논의가 추가로 언급되는 식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편집인 '흑소소설' 시리즈를 쓴 이후 '다시는 단편을 쓰지 않겠다. 장편보다 훨씬 힘들다.' 고 혀를 내둘렀다. 장편인 경우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하거나 배경을 설명하는 식으로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단편은 참신한 발상만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는 그 기대에서 어긋나지 않는 소설이었다.

단편선이니만큼 잠깐 잠깐 읽어내려가기도 아주 좋은 내용이다. 이게 일반소설인지 미스터리 소설인지 헷갈리는 작품들에 물렸다가 트릭 그 자체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며, 스트랭 씨의 활약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나중에는 '스트랭 씨를 읽은 남자'가 나오면 참 재미있을것 같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윌리엄 오닐의 성공 투자 법칙 - 월스트리트 최고 투자 전략가의 매매 기법 5단계
윌리엄 J. 오닐 지음, 김태훈 옮김 / 이레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옛적에, 절벽 사이에 아주 오래 된 다리 하나가 있었다. 잘못 발을 디뎠다간 그대로 무너져버릴듯한 위험해보는 다리였다. 그 앞에 선 나그네는 고민했다.

"저 다리를 어떻게 건너지?"

나그네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로 결심한다. 여자, 남자, 아이가 다리를 건너도 멀쩡한 것을 보고, 나중에는 짐을 산더미같이 실은 수레가 지나가도 다리가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며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넌 결과 무사히 반대쪽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윌리엄 오닐은 주식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릴 방법을 찾을 때 이런 다리 건너기와 같은 귀납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실제로 대박이 났던 주식들을 모아서 분석했고 그럼으로써 공통적인 특성을 골라낼 수 있었다. 그 내용을 정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회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성장률을 보여야 하며,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기관의 비중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차트에서는 손잡이가 달린 컵의 손잡이 부근을 보는 것이 좋다. 그런 실전적인 내용이 책 전반에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론으로만 먹고 사는 투자가들은 점차 현실과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현명한 투자자'의 벤저민 그레이엄조차도 여기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채권을 발행할 만한 신용도가 없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수단이라는 이유로 우선주 투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지만, 실제로 우선주가 끝도 없이 상승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자 자신의 의견을 수정한다. 이론 자체의 정교함만을 쫓다가 현실적인 면을 간과해버린 좋은 케이스다.

윌리엄 오닐은 '성공투자 법칙'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과거의 상황을 분석하면 사람들이 놀랄 만큼 유사한 패턴으로 움직이며, 이를 이용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물타기에 대한 견해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다. 소외되어 가는 주식을 붙잡기보다는 주도주에 올라타면서 시장의 대세를 놓치지 말고, 철저한 손절을 통해 급락 위험을 차단하라는 전략이다. 미국 증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당장 한국 증시에서도 2000년대 후반의 주도주였던 차,화,정 관련 주식을 계속 들고 있었다면 2021년 현재 결과는 처참했다. 시장은 흘러가고 주도주는 계속 바뀐다. 

닷컴 버블이 꺼진 직후에 쓰인 내용이라 it기업들의 차트가 많이 나온다. 15년이 지난 지금 당시 기업들의 예후를 추적해보자 놀랄 만큼 유사한 패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군중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으며, 이를 이용하는 사람과 휩쓸리는 사람의 차이는 명확하다.

시대의 흐름에도 무너지지 않는 원칙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윌리엄 오닐은 본인이 발견한 전략으로 투자 구루(guru)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그 원칙을 잘 따르는 사람들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금전적 어려움으로 행복을 잃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전투자의 비밀 - 실전 수익률 투자대회 총 12회 수상자의, 개정판
김형준 지음 / 이레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물옵션 시장에서는 대가로 꼽히는 인물 중 '압구정 미꾸라지'가 있다. 수천억을 번 자산가였지만 대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하루는 관례를 깨고 강연을 연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엄청난 경쟁을 뚫고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가 한 말은 단순했다. '기법보다 심리가 중요하다. 기회는 계속 있으니 조급해해선 안된다.' 그러면서 알렉산더 엘더의 '심리투자 법칙'을 추천했다는 것은 덤이다. 심리에 대한 대목은 책이 떨어질 정도로 계속 읽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보컬 김형준은 투자방식으로 따지자면 사파에 속하는 데이트레이더다. 그가 '실전투자의 비밀'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시장 앞에 겸손해야 수익을 이룰 수 있으며, 100% 완벽한 기법은 없으므로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투자경력이 일천할 때는 그 중요성이 와닿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생기니 과연 대가는 대가라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실패하는 것은 대단한 걸 못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지킬 수 있는 원칙을 못 지켜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저자의 탁견이 드러난다. 차트의 모양 자체를 설명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법에 중점을 둔다. 단순히 '이럴 때면 이렇게 해라' 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상 이런 전략이 통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피터 린치는 '오를만큼 올랐으니 더 안올라' '내릴만큼 내렸으니 내려가진 않아'를 개인투자자들의 대표적인 오류로 꼽았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런 오류가 가득한 심리를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뛰어난 트레이더라고 해서 기본적 분석을 아예 경시하지는 않는다. 트레이딩 관점으로 좋은 자리여도 거래정지나 상장폐지가 일어나면 결국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술적 분석이 메인이지만, 기본적 분석도 아우르는 통합적인 투자자의 길을 걸을 것을 주문한다.

가지 못한 길이라고 해서 길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은 없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도 충분히 일독을 권한다. 결국 수익을 내는 것이 투자자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중국에서 공안은 공포의 대상이다. 범죄자를 다루는 방법이 훨씬 무자비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무고한 사람이 잡혔을 때가 문제다. 좋건 싫건 트라우마가 상당히 남는 수사기법을 겪으면 체제와 치안유지 조직에 대한 불신이 남는다.

레이미 작가는 현직 경찰학교 교수지만, 공안을 일방적으로 칭송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두운 면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매우 사실적이고도 복합적으로 표현한다. 지역색에 따른 특징부터 관료 조직의 치열한 암투, 공안의 수사방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밀도있게 그려낸다. 그 덕에 이야기가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고 매우 흡입력이 강하다. 스릴러로서의 덕목을 아주 잘 갖춘 소설이다.

큰 나라는 지역색이 강하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타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나 알듯 모를듯한 차별대우도 상당수 있다. 미국만 해도 동부의 엘리트들이 중서부의 노동자들을 촌놈 취급한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을 은근히 배척한다. 주인공인 팡무는 뛰어난 능력으로 그 벽을 허물고, 그렇게 쌓은 신뢰로 더 큰 사건을 해결한다.

'심리죄:검은 강'은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전능한 사람들이 활약하는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다양한 수단으로 그걸 돌파하려 하는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에 가깝다. 그래서 이야기 속 사건들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과 같이 동행하며 동고동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