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 디지털 금융의 미래
박예신 지음 / 더난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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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이 인터넷 강국임에 동의한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문화답게 초고속인터넷도 빠르게 보급되었고 IT기업들도 우후죽순으로 설립되었다. 외형적 성장에 걸맞는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나 기술이 이만큼 빠르게 정착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없다. 훨씬 먼저 발전한 선진국인 일본이 팩스를 계속 쓰는 등 아날로그 시스템을 고수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다만 간편결제와 같은 핀테크 분야에서는 인터넷 강국 한국의 자존심을 계속 세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금을 쉽게 신뢰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중국의 모바일 결제 분야 활성화는 한국보다 더 빨랐다. 제도적 정비 측면으로 봐도 가상자산 관련 법령은 일본이 먼저 정비가 완료되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자산시장과 금융 시스템도 계속 변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은 극과 극을 달린다. 심한 변동성을 지적하며 건전한 투자자라면 절대 얽혀서는 안 되는 사기 비슷한 취급을 하거나, 티끌 모아봐야 티끌인 세상에서 내 위치를 바꾸어줄 기회라고 여기며 가즈아를 외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두 부류 모두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심하다'는 사실 자체는 동의한다. 한쪽은 그걸 위험으로 보고 다른 쪽은 기회로 보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이 책은 기존의 단순한 시각을 넘어 실생활에 코인이 쓰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을 포함하여 금융과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국가는 코인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계좌이체만 해도 충분히 결제가 가능한데 굳이 번거롭게 코인을 쓸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스템이 당연하지 않은 국가가 많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당장 전세계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인구가 14억 가량이다. 전쟁이나 내정 불안으로 인하여 사회 시스템이 마비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성 금융 시스템이 그 힘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코인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코인이 어떻게 대안이 되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탈중앙화'와 '거래의 신뢰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중앙화된 누구 하나가 대표로 거래를 기록하지 않으니 그 누구가 마비되더라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데는 문제가 없다. 기록이 분산되어 있으니 마음대로 수정할 수도 없으므로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기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코인은 충분한 대안이 된다.

'가즈아'만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가상자산의 내재가치와 가능성을 다시 한번 파악해볼 수 있고, 코인은 모조리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변화하는 금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다. 가상자산의 구조와 가능성, 활용 범위를 사례를 통해 이해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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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2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제수단으로서의 한가지 방법은 될 것 같은데, 이는 은행거래가 힘든 경우에 국한되는 제한성이 있고 보안에 다소 리스크가 있어 보이네요. 그래서 북한은 이런 화폐들을 집중적으로 해킹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