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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만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지음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지음/베이직북스
가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재능기부 현장에서 듣는 얘기들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벌써 고 1 영어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 입장에선 참 놀랄 일이기도 하고 그 아이가 솔직히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부모의 교육열의에도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조그마한 체구에 안경을 내려 쓴 그 아이에게서 순박한 동심과 유창한 영어 표현이 대비되어 비쳐지는 인상은 무언가 어색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아이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다양한 경험을 당부하면서 중학생이 되면 논술반에 넣어주겠다는 약속으로 그 만남을 마무리하였지만 학습량 과부하로 지쳐버린 심신을 감추어지기는 어려웠다.
우리 사회는 학습량의 과잉 공급과 학습 수준을 초월한 선행학습에 몰두하고 있다. 경쟁 사회에서 먼저 목표점에 도달시키고 싶은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 시장이 우리 교육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그 영향력도 생각한 것 이상이다. 더 효과적인 영업 이득을 위해 선행 학습을 독려하고 공교육과의 차별화 전략을 위해서도 선행 학습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교육 현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면 아이들은 달리기 시합에서 더 빨리 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부모는 응원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재끼고 사교육은 잡아끌어 당기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선행학습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예견하지 못하고 지금 당장 좀더 앞서가겠다는 과욕과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선행학습이 주는 문제와 우리 교육의 현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현 우리 교육의 제도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고 바람직한 교육 정책과 대안을 꺼내놓고 있다. 당장 선행학습을 종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아닐지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초석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지금 현실에서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선행학습으로 인한 파행과 불균형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지만 전반적인 우리가 풀어나가야 숙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균형 있는 성장을 기대하기가 참 어렵다. 공교육 현장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 지치고 부모의 통제와 압박에 시달리다 사교육의 난해한 학습구조 속에 매몰되어 가고 있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정서적 불균형은 이제 식상함을 느낀 지 오래되었고 균형 있는 신체적 성장이나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만큼 우리 아이들은 정체성과 방향성을 상실한 채 규모에 맞지 않는 돛을 달고 위태롭게 풍파 속으로 항해를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짚어 보고 우리 교육의 지향점을 나름대로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