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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김용택의 어머니
김용택 지음/문학동네 판
얼마 전까지 같이 모시고 사는 부모님이 다리가 불편하시어 많이 힘들어 하셨다. 집에서 30km 떨어진 병원-전부터 다니면서 신뢰를 쌓은-을 매일 가다시피 하여 이제는 거동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많이 호전되었다. 80평생, 일제강점기로부터 시작하여 6.25 전쟁과 민주 혁명을 보낸 험난한 인생 역정이었지만 이제는 세월에 지쳐 노구를 간수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머니란 대상이 우리에겐 정겨움의 대상이었고 또한 그리움이 포화상태를 이루어도 그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쳤던 기억이 많았던 게 사십 중년이 갖는 인지상정일 게다. 학창 시절 자취하는 아들을 위해 밑반찬을 준비하고 김치를 담가서 역 주변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가져온 여러 정성들을 건네주고 쓸쓸하게 돌아섰던 뒷모습에 가슴 뭉클함을 이기지 못하였고 군에 있을 때 견디기 힘든 훈련에 잠시나마 위안을 삼았고 쏟아지는 별빛 아래 경계 근무를 설 때에도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조금씩 꺼내 힘겨움을 추슬렀던 게 우리 모습이었다. 모처럼 이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살포시 떠오르게 한다. 어머니는 항상 내 옆에서 변함없는 호흡으로 나와 동거하고 있고 식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이 이 사진첩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는 가장 한국적이며 보편적인 어머니로 부각되고 있다. 가진 것이 있으면 죄다 주고 당신은 허기와 불편함을 손수 감당하셨던 사랑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내 어머니로 그려지고 있다.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 흐르는 시간 속에 맡겨진 어머니의 일상이 새록새록 가슴여미는 감동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그 일상들의 공통된 흐름들은 자녀에 대한 염려와 걱정, 아낌없이 베푸는 근원적 사랑이 갈려 있기 때문이다.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견디면서도 당신이 살아왔던 터전 안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자연인으로서 어머니는 현실적 안주에 집착한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하고 그 이상의 것을 취하지 않고 남은 것은 자연에 되돌리는 어머니는 현실적 탐욕을 경계하게 하신다.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 과도하게 포장되지 않은 김용택의 어머니가 현실에 찌든 우리에게 안식처와 고향을 제공하고 있다.
어머니가 내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인상을 내 안에 오랫동안 마물게 하고 싶다. 지금은 어머니의 포근한 품이 그리울 땐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