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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세계 분쟁 전문 PD의 휴먼 다큐 에세이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아프다
김영미/추수밭
작년 겨울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랍의 봄이 끝나 가는데 아직도 시리아에서는 총성이 그치지 않는다. 4, 5살가량의 남자 아이가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고 의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에 그 아이의 등만 쓸고 있다. 그 와중에도 기자는 아이의 하얀 얼굴과 검은 눈동자를 계속 카메라에 담고 있다. 기자가 뭐라고 묻자 아이는 집에 가서 텔레비전을 보며 놀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 아이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언제 전쟁이 끝나고 평범하게 살 수 있을 지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 작년 아랍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던 초겨울부터 2년째를 맞고 있는 시리아 사태는 유엔의 통계로만 9000명 이상이 학살되었다고 한다. 포탄과 총성이 빗발치는 그 위험한 지역에 통신원들과 기자들이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나는 여기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다. 기자들의 얼굴에 깃든 두려움과 긴장을 통해 나는 전쟁을 느낀다.
저자는 자신이 서른 살이 되던 해 동티모르 내전으로 꽃다운 나이의 여대생이 희생당한 기사를 읽고 무작정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1년간 그 지역에서 지내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큐멘터리 PD로 전 세계 60여개국을 다녔다. 911 테러가 일어나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된 후 저자는 여인들을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후 또 다시 떠난 이라크에서 생생한 전쟁과 맞닥뜨린다. 여자 혼자 자신의 사비를 털어 전쟁의 한복판으로 카메라 하나 들고 뛰어 든 것이다. 보통 나 같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어떻게 이 사람은 할 수 있었을까? 무슨 여행담처럼 편안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이해가 된다. 이 사람의 내면에 전쟁지역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구나, 그들의 삶을 보고 싶고,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작가의 간절함과 그 지역의 수많은 여성들, 아이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만났다.
이슬람 중에서도 여성의 인권과 자유가 극단적으로 제약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도 나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부르카를 쓰고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 가장하여 취재를 다니며 그들의 삶을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신비로운 음악이 흐르고 밤하늘에 가을 햇살 같은 별 빛이 유유히 빛날 것 같은 바그다드, 그 동화 속 아름다운 나라는 아니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과 소박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보여준다. 보아야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녀의 무식에 박수를 보낸다. 편안한 그녀의 글이 조용한 울림으로 이 세상을 조금 더 따듯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