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의 향기
제운 지음 / 지혜의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문의 향기

제운스님 지음/지혜의나무


  불교의 사찰은 깊은 산중이나 한적한 교외에 있어서 불교신자가 아니어도 가끔 사찰에 가곤 한다. 그윽한 풍경, 맑은 공기, 고요한 중 들리는 바람소리, 풍경 소리, 산사에 핀 들꽃 한 송이에 어느덧 평안해지고 분주한 마음이 잠시 여유를 갖는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가 불교재단의 사립학교라 그 때 잠시 불교를 접했었다. 석가모니의 일생도 들었고, 불교의 기본적인 철학도 그 때 접했다. 불교는 기독교나 유교와는 삶과 죽음,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다르다. 윤회가 그렇고 해탈이 그렇다. 아무튼 지금은 사소한 것들은 다 잊어버리고 그냥 느낌만 남아있다.


  산문의 향기란 제목만 보아서는 에세이나 편지 글 같은 편안한 단상이라 생각되었으나 저자를 보니 불제자이다. 달마전 등 그림과 불교에 대한 여러 책을 쓴 분으로 불제자의 눈으로 본 삶의 이런 저런 지혜에 대해 나누고자 쓴 책이다. 보통 스님들은 산사에서 불경을 읽으며 묵상을 하며 정진할 것 같지만 저자의 글을 보니 새로운 단어가 나온다. 바로 만행(萬行)이다. 1부의 제목처럼 불교는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정진하지만 저자는 진정한 해방으로 가는 길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말하고 있다.


  좁은 절 방을 나와 현장으로 나오는 것, 병원, 장례식장, 결혼식장, 시장도 가보고, 한 겨울 깊은 산 중을 홀로 넘어도 보고, 삶의 희노애락이 들끓는 그 곳에 있어야 비로소 세상을 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는 수도자의 만행을 통해 현재의 나를 탐색해 볼 수 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나를 다른 사람의 삶의 행로를 보며 객관적으로 조금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짧은 글 속에 감동과 반성,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산문의 힘이 아닌가 싶다. 난 가끔 너무 많이 가졌다 싶으면 법정스님의 에세이 ‘무소유’를 떠올린다. 버릴 때, 안 가질 때의 가벼움과 기쁨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