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가는 길 오는 길
남궁문 지음/하우넥스트

어떤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이 문득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요즘 자기가 생각해 보니, 자신의 사업, 인간관계,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어린 시절 학교 오고 가는 길에 매일 보았던 그 탁 트인 바다 풍경에 다 녹아있더라고. 남들은 과외다, 학원이다 뺑뺑이 치고 죽어라 공부 할 때 자기는 그렇게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하셨다. 처음엔 그저 농담이려니 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하는 거구나. 각박한 삶, 보다 풍요로운 삶을 쫓아 미친 듯이 앞만 보며 살아가지만 그래서 때가 되면 다시 여행 가방을 꾸리는 거다. 힘들게 휴가를 내고, 바쁜 일상을 모두 접어두고, 많은 돈을 들여 여행길에 오른다. 멀미를 하고, 비행기 공포증을 겪기도 하고, 먼 나라의 음식에 고생도 하지만 그 고생 끝에 본 풍경들, 체험한 경험들이 나의 삶에 녹아 두고두고 향기를 품어내기에 우리는 여행을 한다.

몇 년 전 저자의 다른 책 <아마폴라의 유혹>을 통해 스페인 산티아고를 경험해 보았다. 새파란 하늘위로 흰 구름이 흐르고,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초록바다 너머멀리 지평선이 보이는 아름다운 마을들, 너른 들판 눈길 닿는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하는 아마폴라를 잊을 수 없다. 화가이면서 여행가인 저자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의 길이 눈에 훤하다. 저자는 봄, 여름, 겨울을 모두 걸어보았지만 산티아고의 가을에는 길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길을 거꾸로 가을에 걷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을 스페인에서부터 시작해 프랑스로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 길의 무엇이 저자를 2000~3000km, 3개월에 이르는 대 장정을 4번이나 떠나게 했는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순례길의 주제는 새로운 만남이란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삶, 새로운 길, 새로운 음식 그리고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그런 만남 말이다. 먼저 인사하고, 먼저 웃고, 나누고, 음식을 대접하는 그런 만남이 있는 여행길, 그것이 그의 이번 여행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이런 여행을 누구나 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를 통해 여행의 묘미를 또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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