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이재갑 (지은이) | 살림 | 2011-08-10

얼마 전, 텔레비전 드라마로 이육사 시인의 삶을 다룬 단막극을 보았다. 암울한 시기에 일제 저항하여 순국한 시인의 삶을 다룬, 비운의 행동하는 지성인의 모습을 그렸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바탕에 두고 보다가 나의 판단이 섣불렀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육사 시인이 그토록 처절하게 외쳤던 것이 일제의 패방과 함께 조선의 해방을 갈구한 민족주의도, 설익은 무차별적 평등사회를 지향한 사회주의도 아닌 인류의 평화를 외친 사해동포주의였음을 극 막판에 감지하게 되었다.
이 책에선 침략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고 평화로 덧칠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침략과 강탈을 시작으로 그려진 밑그림을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등으로 채색하여 밑그림의 흔적마저 지워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진하게 그려진 밑그림을 한순간에 지워 없애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주변국들의 노력이 보태진다면 순차적으로 가능한 작업일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사 100년의 기억, 어쩌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이면에는 반드시 기억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 다시는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도록 가슴에 새기는 것이 우리의 현 역사이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몽골 침략보다 삼전도의 굴욕보다 더 견디기 힘든 식민지배의 역사가 있다. 그 기간 동안 우리 민족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징병, 정신대, 징용 등 반인륜적 여러 형태들로 우리 민족은 일제에 의해 무차별적인 유린을 당했다. 특히 일제에 의한 강제 징용의 현장들이 이 책 한권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의 현장이 빛바랜 사진첩처럼 너무나 애달프게 엮여져 있다. 사진 한장 한장 속에 수난의 우리 역사에 대한 애증보다 그 현장에서 사라져간 이름 없는 우리 민족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이 먼저 젖어 들었다.
일본 열도를 순례하면서 찍어 간 평화로운 전경이 눈에 비친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로서 여행자의 감흥을 계속 지켜가려면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기 위한 일제의 침략 야욕이 뒤섞인 흉물스런 전초기지 시설만은 빠져 있어야 한다. 이 거대한 시설물 속에 여러 명목으로 묻혀 간 많은 영혼들의 슬픈 초상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픈 역사에 대한 회한만은 아닌 것 같다.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선명하게 찍어낸 사진의 명암이 너무 어둡고 칙칙하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굴곡 많은 우리 역사는 우리 삶의 자양분으로 미래를 더욱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겠지만 상대에 대한 지탄과 원망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청산, 서로에 대한 배려와 화해가 필요할 때라 본다.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로 썩 평탄치 않은 국제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전하는 이해와 존중의 메시지를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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