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배우 김호진의 오픈 키친
김호진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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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배우 김호진의 오픈 키친
김호진/비타북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별로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보통 호텔에서는 빵과 커피, 과일과 샐러드 등 먹을 만한 것들이 있고, 아주 심하게 특이하지 않다면 그럭저럭 잘 먹는 편이니까. 그런데 이번 여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음식에 많이 허기가 졌었나보다.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러시아 요리는 거의 고기 위주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다보니 과일이나 채소도 흔치 않다. 주로 그들의 주식은 감자, 양파, 그리고 소고기다. 시장에 가면 과일도 있지만 거의 인근 다른 나라에서 온 수입과일이라고 한다. 고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는 일정 중 현지식 식사는 거의 할 수 없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주로 간단한 점심으로 먹는 만두를 기대했건만 그것마저도 각종 야채와 고기가 어우러진 중국식이나 우리나라 것과는 달리 거의 고기만 들어있었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건데 이번의 꿈같았던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음식은 빼야할 것 같다. 단 한번 먹은 한국식사가 나를 구원하는 듯 했고, 한국에 돌아온 순간부터 갑자기 허기가 밀려들어 평소 많이 먹지 않던 것들도 양껏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음식, 우리 삶에서 음식을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배우 이호진에서 셰프 김호진으로 새로운 인생을 즐기고 있는 저자의 책을 보자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보통 셰프라는 호칭이 붙으면 남들이 접근하기 힘든 요리, 비싸고 콧대 높아 보통 사람들이 감히 먹을 수 없는 요리가 생각난다. 그러나 김호진의 요리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잔치집의 왁자지껄한 흥겨운 분위기가 좋아 어려서부터 요리를 좋아한 저자는 꾸준히 자신이 즐기는 요리를 만들어왔다. 친지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놀 공간이 갖고 싶어 얼결에 레스토랑까지 차리게 되었지만 그는 그 공간을 격조 높은 레스토랑이기보다는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기는 노는 공간으로 생각한다. 그가 만드는 요리도 어릴 때 늘 우리가 먹고 자란 것들, 떡볶이, 계란말이, 불고기, 갈비찜 등이다. 그의 메뉴들은 평범한 음식인데 특별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따뜻한 마음, 사랑과 열정을 듬뿍 담아 요리된 음식이라면 맛있을 게 뻔하다. 그의 삶 또한 싱싱하고 환한 이 요리들처럼 맛있고 건강해 보인다. 이 요리들은 일상에 지쳐 밥해먹기도 귀찮을 때 한번 씩 꺼내 요리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며 소울 푸드에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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