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카페-한중일 가정식
라퀴진 지음/나무[수:]
회식 자리에서 한 외국인이 그런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술 먹은 다음 날 먹는 요리가 다 독특하단다. 한국인들은 주로 매운 국물을 먹고, 영국인들은 술을 잔뜩 먹고는 다음 날 베이컨에 계란, 커피를 마시고, 캐나다인들은 팬케이크를 해서 메이플 시럽을 잔뜩 쳐 발라 먹는다고 한다. 같은 유럽인인 자기가 봐도 캐나다인들의 그 시럽 가득한 팬케이크는 힘들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매운 요리를 잘 못 먹는 이 사람은 한국의 황태 해장국이 술 먹은 다음 날 좋단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무리 자기가 한국의 김치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해도 김치가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술 먹은 다음 날도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이 너무 힘들거나 피곤할 때 무얼 먹는가를 보면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힘들 때 간절히 먹고 싶은 그 음식이 바로 소울 푸드라고 말해주었다. 한비야씨의 책에서 읽은 라면 한 개, 엄청난 비행기 값을 물고, 머나먼 타국 땅에 도착한 그 라면을 먹지 못하고 침대 아래 잘 보관했다가 도저히 몸이 아파 일어날 힘도 없을 때 끓여 먹으며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런 게 소울 푸드인 것이다.
‘한국요리는 정갈하다. 중국요리는 화려하다. 일본요리는 소박하다. 같은 재료지만 각기 다른 빛깔과 맛을 내는 한중일 가정요리를 우리 집 식탁에서 만나자. ’
한중일 가정식 레시피를 담은 이 정갈한 요리책을 보면서 소울푸드가 생각났다. 나의 소울푸드는 무얼까? 맛있는 음식에 얽힌 많은 추억이 있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 생각나는 음식은 바로 김치밥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 콩나물 밥’ 레시피를 보며 전에 해먹은 김치밥이 생각났다. 다른 아무 반찬이 없어도 갓 해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매콤한 김치와 시원하고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진 김치밥. 레시피는 대략 이렇다. 다진 돼지고기에 소금, 후추를 살짝 뿌려 참기름에 버무려둔다. 냄비에 돼지고기를 볶아 어느 정도 익으면 불린 쌀을 넣고 볶는다. 쌀 위에 김치와 콩나물을 얹고 물 양을 조절하여 냄비에 밥을 한다. 그리고 요즘처럼 신선한 굴이 나오는 계절에 갓 바다에서 건져 올려 깐 싱싱한 굴을 씻어 뜸들이기 직전에 밥 위에 얹어 내면 이게 바로 ‘굴밥’이다. 이렇게 김치굴밥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입에 침이 고인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음식, 그게 바로 소울 푸드이다.
이 책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생선, 해산물, 채소 등 주 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한, 중, 일 삼국의 가정 요리이다. 똑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전혀 다른 맛과 느낌의 요리들을 보며 음식을 통한 또 다른 문화 체험을 한다.
같은 나라라도 지역에 따라 음식이 얼마나 다른가를 생각해보면 나라별 음식은 어떨지 상상해볼 수 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을 빼 놓을 수 없는데, 먹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참고하면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