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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프레시안 엮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한국의 워킹푸어
프레시안 특별취재팀 지음/책보세
88만원 세대가 더 이상 쇼킹한 이슈가 아닌 요즘, 이 책을 읽는 내내
괴로웠다. 지금은 그 88만원 세대의 이십대 청년들이 나이를 먹어 10년, 20년, 가난한 노동의 삶을 이어가 <한국의 워킹푸어>가 되었다.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도, 대기업에도, 은행에도, 마트에도 이제 선택받은 몇 몇의 정규직과 나머지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일한다.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 이제 한국의 정규직, 비정규직의 피라미드는 마치 절대 깨질 수 없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견고하다. 갠지스 강에 꽃을 띄워 보내며, 바나나와 음식을 바치며 기도하는 사람들. 이렇게 정성을 다해 공덕을 쌓아 다음 생애의 행복을 비는 사람들처럼 그런 희망이라도 품고 살아가야 할까?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떻게 해야 한국의 워킹푸어들이 불안한 비정규직의 신분을 벗고 조금이라도 흡족한 급여명세서를 받아 들고 기뻐할 수 있을까?
이 힘든 물음에는 답이 없다. 이 책은 이 삼 십대, 사 오 십대의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뿐 아니라 청소년, 노인빈곤층, 외국인 근로자 등 우리 사회의 근로 소수자, 아니 숫자로는 다수이지만 힘에서는 소수인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어둠속에서 울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으로 나왔다. 힘이 없는 워킹푸어들은 어디 가서 사실 자신의 일에 대해, 자신의 급여에 대해 속시원히 말도 못한다. 전문교육을 받고, 많은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아 온갖 공부를 다 하고도 아직도 부모의 지원이 없이는 생활이 안 되는 그들이 어디서 속 시원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들의 자존심이, 그들의 희망이, 그들의 삶이 안으로 움츠러들고, 상처를 안고 곪고 곪다가 ‘묻지마’ 범죄로 세상을 죽이려 하거나 자신이 죽어 버리거나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이 땅의 수많은 워킹푸어들에게 저자는 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포함한 ‘그대들 모두 죽지 말고 살아남아’ 달라고 한다. 사회에 정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당하고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조금씩은 나아지리라는 희망, 언젠가는 나의 재능과 열정과 수고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 우리는 갖고 있다. 이 작은 희망이 실현되는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이 바로 투사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워킹푸어들이 스스로의 굴레를 벗고 나와 서로를 향해 연대의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혼자서는 어려워도 모이면 힘이 되니까. 대부분의 워킹푸어들이 사실 이 나라 경제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니 함께 살 길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