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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낸 일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남쪽에서 보낸 일년
안토니오 콜리나스/자음과모음
결혼 전까지 한 번도 집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었던 나는 청소년 시절과 대학에 다닐 때 한번쯤은 혼자서 살아보길 소망했었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 내가 사는 이곳과 다른 환경의 낯선 풍경이 펼쳐지는 곳, 그렇게 먼 곳이 아니어도 집을 떠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혼자서 꾸려갈 많은 시간들이 기다린다는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렸다. 소공녀처럼 응석을 부릴 어린 나이에 춥고 쓸쓸한 기숙사에서 보내야 한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었겠지만 청소년기의 이런 경험은 달랐을 것 같다. 낯선 사람들과의 그 시간은 새로운 느낌과 생각으로 아주 민감하게 나를 변화시켰을 것이다. 스페인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이 책은 이십여 년도 훌쩍 지난 청소년기에 느꼈던 아련한 향수와도 같은 책이다.
‘하노를 에워싼 세계-빈번한 독서와 자연과 사랑을 통해서 느끼는 세계-는 그에게 새로운 인생과도 같았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마르타, 젊은 선생들의 부인 중 한 사람, 스물일곱살, 그녀는 나이 든 사람에게는 현명하게 대처했고, 젊은이들에게는 경쾌함을 보여줬다. 건강한 육체를 가졌고 빛을 발하는 시선, 섬세하고 날렵한 손을 가졌다.
고등학생인 하노는 북쪽이 집이다. 어떤 이유로 그는 집을 떠나 지중해 근처의 남쪽에서 학교를 다닌다. 낯선 친구들, 선생님, 그가 살아온 곳과 다른 풍경들, 하노를 둘러싼 이 모든 것은 하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하노는 책에 몰두하고 시를 사랑하는 감수성 예민한 작은 시인이다. 시를 사랑하는 하노에게 이런 환경은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하노는 낯선 곳이지만 이제는 자신의 세상인 그 곳에서 마음껏 독서하고, 친구와 사귀고 여자 친구와 설레는 사랑을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의 젊은 부인인 마르타에게 끌리는 이중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는 스페인의 시인으로 이 책이 저자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나른한 어느 봄날에 환각 같은 청춘을 돌아보는 길고 긴 시, 다소 졸릴 정도로 몽환적인 시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한 문장, 한 문장이 적절한 단어와 아름다운 묘사로 눈을 끌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를 단번에 읽어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