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1일(목)
홈 카페
라퀴진 지음/나무[수:]
침대에서 일어나 맨 발로 마루를 디뎌보면 발끝으로 올라오는 냉기에 오늘은 조금 더 기온이 내려갔음을 느끼게 된다. 이맘 때 쯤, 매일 아침이면 머플러 한 장, 얇은 가디건을 더 입고도, 무엇을 걸치고 거리로 나서야 하나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요즘은 노부모님이 집에 함께 계서 새벽마다 일어나 챙겨주시는 김 모락모락 나는 밥, 호박잎 된장국, 새우 미역국 등 부담 없고 정갈한 아침밥으로 호강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토스트 한쪽, 믹서 커피 한 봉을 찢어 뜨거운 물에 휘휘 저어마시고 집을 나서야 할 날도 있을 것 이다.
먹고 사는 것, 어찌 보면 하찮은 일 같은데 부모를 떠나 살아보면 안다. 그게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님을. 토스트 한 쪽에 계란 후라이 한 장, 블랙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들어간다. 간밤에 남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숟가락, 젓가락을 놓고, 역시 지난밤의 찌게를 데워 반찬 한 가지를 올려놓는 것도 못해 주린 배를 안고 쌀쌀한 출근길로 나설 때가 많다. 출근해서 업무로 인간관계로 정신없는 일과도 전쟁이지만 무언가를 먹는 것부터 전쟁의 시작이다. 그래도 하루의 총알을 충전하려면, 혈투를 벌이고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우려면 역시 잘 먹어야 한다. 혼자 먹더라도 폼 나고 기분 좋은 요리를 우아하고 충만하게 먹어야 한다. 이렇게 먹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책이 레퀴진의 <홈 카페>다.
햇살 좋은 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먹는 브런치 메뉴를 상상해보자. 어니언 수프, 치킨 카치아토레와 코냑 소스 새우 파스타 약간, 음료는 허니 전저 레몬티, 디저트는 초콜릿 티라미수.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시간이 되면 직접 거리로 맛있는 카페를 찾아 나설 수도 있지만 집에서 해 먹는 홈 카페 요리도 이 책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다. 제목도 아름다운 이 요리들은 재료도, 요리법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어려울 것 같아도 한번 해보면 사실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요리해 풍성한 식탁을 차려내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여성들을 위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