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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홍부용/문화구창작동
오래전 읽었던 어린이 그림책,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닐 게이먼 지음)이 생각난다. 얼굴은 아예 나오지 않고 매일 신문만 보고 있는 덩치 큰 아빠를 아이는 금붕어 2마리와 바꿔버렸다. 금붕어를 주고 아빠를 데려간 아이는 도대체 쓸모없는 아빠를 다시 야구배트인가 뭔가와 바꾸고, 여러 물건들과 바뀐 아빠는 다시 토끼와 바꾸어진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엄마의 꾸중에 아빠를 찾으러가니 아빠는 토끼장 안에서 신문을 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지만, 어른들이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보통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빠를 빌려준다는 제목의 이 책은 간단히 금붕어 2마리랑 아빠를 바꾸어 버리는 아이의 이야기처럼 ‘아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호기심 많은 9살 아영이는 매일 ‘쓸모없는 물건’이라는 엄마의 구박을 달고 사는 백수 아빠 태만을 재활용 물건 나눔의 날인 엘리펀트 데이에 초대한다. 아빠는 상상도 못했겠지만 아영이는 이 날 친구의 물건을 나누어 가지는 대신 아빠를 다른 친구에게 줄 것이다. 아영이의 아빠를 원한 친구는 어렸을 때 아빠가 돌아가신 준태다. 우여곡절 끝에 준태네 집에 온 아빠는 아빠가 없는 준태에게 큰 위안이 된다. 좋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직장이 없이 10년 가까이 집에서 놀고 지내던 아빠는 이 말도 안 되는 아빠 렌탈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마음먹는데, 의외로 아빠를 원하는 고객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저런 사연의 고객들을 만나며 태만 자신도 ‘아빠’로써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이 아빠 렌탈 사업은 어떻게 될까? 인터넷에서 아빠를 찾는 사람들은 태만을 통해 아빠를 만나고 위로를 받았을까? 태만은 이 사업을 통해 잃어버린 아빠를 찾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었을까?
제목을 보고는 이 책을 어린이 동화로 생각했으나 읽어보니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책이다. 태만자신도 좋은 아빠가 아닌데, 이상하게 태만을 찾는 사람들은 태만을 통해 감동을 받고 태만도 그들의 잃어버린 아빠 역할을 하며 변하기 시작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알게 된 그들은 잃어버린 아빠란 공통점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소통하기 시작한다. 아빠가 영 불만스런 아이들이나, 아빠 노릇이 쉽지 않은 아빠들은 이 책처럼 우리 아빠를 남의 아빠와 잠시 바꿔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