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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링컨
프레드 캐플런 / 열림원
저는 언제 돌아올지,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알지 못한 채 워싱턴 대통령에게 지워졌던 것보다 더 막중한 임무를 안고 떠납니다. 저는 일찍이 워싱턴을 돌아보셨던 신의 도움이 없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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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께서 여러분을 보살펴주시길 기원하듯이, 여러분도 신께서 저를 보살펴주시기를 기도해주십시오. 저는 진심으로 이별을 아쉬워하며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링컨, 스프링필드 고별사 중
이 글은 1861년 2월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이 워싱턴을 향해서 스프링필드를 떠나는 기차역에서 한 고별연설문이다. 이 연설문처럼 그는 4년간의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재임 후 몇 개월 만에 총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으로부터 미국의 독립을 이루어낸 초대 대통령 워싱턴 이후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한 대통령 링컨은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그 직무를 수행하러 떠나며 했던 이 고별사가 그의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말았다.
앞에도 이야기 했든 지금까지 미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면 워싱턴과 링컨이다. 워싱턴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쟁취해 미국이란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건국의 아버지이며, 링컨은 ‘노예 해방’을 통해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천한 인권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날’을 국경일로 지키고 있는데 원래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이 후 링컨의 생일로 변경되었다가 현재는 이 두 날을 합쳐 2월 셋째 주, 월요일로 지킨다고 한다. 이 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미국의 역사와 중요한 대통령들에 대해 배우며 그들의 업적을 기린다.
저자 ‘프레드 캐플런’은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의 명예교수로 마크 트웨인, 찰스 디킨스, 토머스 칼라일 등의 전기를 써온 저명한 학자이다. 이 책은 뉴욕 시립대학교 대학원의 영문과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북전쟁 문학 과목을 가르치면서 10년 동안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각 장은 링컨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연대별, 주제별로 서술하며 또한 함께 수록한 링컨의 에세이, 편지글, 연설문, 강연문 등은 링컨의 육성을 직접 만난 듯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 책의 헌사와 서문을 읽어보면 저자의 집필 의도를 알 수 있다. 저자는 정치인 링컨을 존경하지만 세익스피어와 바이런을 즐겨 읽고 ‘정치계의 마크 트웨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열렬한 독서가이자 시인, 에세이스트였던 지성인 링컨을 사랑하는 것이다.
글쓰기를 어떤 다른 일보다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링컨의 글은 다른 어떤 대통령의 글보다 많이 남아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 수록된 그의 글은 저자의 말처럼 학문이 높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평이한 문장과 적절한 비유, 링컨 특유의 유머와 정직함은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게 하며 강한 울림을 준다. 켄터키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공부하고, 변호사로, 정치인으로, 남북전쟁을 치루며 대통령이란 직책을 감당하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을 고충 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의 글은 그의 삶과 닮아 있다. 그는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수많은 연설에서 유머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그의 말은 듣는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열등한 흑인이 평생 백인을 위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한 일이라는 ‘노예제’를 막기 위해 싸운 누군가가 있었기에 지금 미국은 보다 떳떳한 역사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남북전쟁이라는 동족 간 피 흘리는 거대한 혈투를 치룬 사람들이 있었기에 미국은 ‘버락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을 세울 수 있었다. 지금도 세상에는 부당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이렇게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은 조금씩 살만한 곳으로 이 땅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링컨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몇 백 권의 책으로 담는다 해도 모자라겠지만 무려 5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이 책의 존재는 링컨을 알고 싶고, 닮고 싶은 독자들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