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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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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자음과 모음

1987년 8월말 경기도 용인의 오대양 공예품 공장에서 집단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공장 꼭대기 기숙사 천장에서 이 회사의 대표 박순자와 가족, 종업원 32명이 손에 끈이 묶이거나 목이 졸린 체 죽어있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종교집단의 광적인 집단 자살극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아직도 이들의 죽음은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몇 년 후 이 사건에 관련된 몇 명의 사람들이 자수하면서 몇 가지 사실들이 추가되었다. 오대양 직원들과 그 가족에게 빌린 수백 억 원대의 사채, 음성적인 성 로비, 내부의 비리와 또 다른 살인 사건 등, 이 사실들은 오대양의 대표와 이들 공동체에 깊숙이 관련되었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성란의 장편소설, A는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오대양 사건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굉장히 감동적인 일도, 등골 서늘한 사건도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복잡한 세상에서 그것들은 그저 신문 지면에나 나오는 기이한 사건일 뿐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 비극적인 일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대양은 문을 닫았지만 그들의 가족들은 남았다. 신신양회 사건 이후 신신양회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몇 년 후 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다시 모였다. 자신의 고향인 신신양회의 시멘트 공장에서 그 공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들의 어머니와 엄마들이 그랬듯이 그들만의 왕국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다시 모인 신신양회의 아이들은 “A"란 주홍글씨가 선명한 편지로 젊고 아름답고 재능 있는 남자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여인들의 왕국인 아마조네스의 A, 간음의 A. 실제 오대양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서, 그들의 몰락에 대해서 잘 보여준다. 세상에는 있지만 그들에게는 없었던 것과 세상에는 있지만 그들에게는 없었던 것들은 무엇일까? 아버지, 가족, 돈, 권력, 새로운 가족, 자유로운 사랑, 욕망 등.... 오대양 사건은 간단히 몇 번의 클릭으로 사진 자료를 포함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상세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치 엠티나 수련회에서 한 방에 여러 명이 뒹굴며 깊이 잠든 것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는 모습, 대부분은 누워 있었지만 그 중 한 명은 이 책의 묘사처럼 천장에 목메 달려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비극에 대해 그저 고개 돌리지 못하게 한다. 지금도 계속 되는 개개인의 삶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그 사건의 내면을 탐색하고 고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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